영화 '타짜'의 평경장, '관상'의 김종서 등 묵직한 역할을 주로 해온 배우 백윤식(68).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드라마 '내부자들'에서는 글로 권력을 만드는 논설주간 이강희 역을 맡았다. 이번에도 역시 만만치 않은 역할이다. 냉철하게 상황을 꿰뚫다가도 "내가 안 그랬어"라며 씩 웃어 보이는 이중적인 모습을 연기하면서 그는 '인생작'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백윤식은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인생작'이라는 단어의 뜻을 되물어보더니 "밋밋한 캐릭터는 아니다. 배우 입장에서 볼 때 하나의 흔적이 남을 만한 작품이다"며 호쾌하게 웃었다.
인생작을 만난 사연은 더 호쾌했다. 우민호 감독의 정성 어리면서도 명쾌한 러브콜이 있었기 때문. 백윤식은 "나는 나이는 보수이지만 사고방식은 진보"라며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 젊은 스태프들과 통하는 게 있었다고 전했다. 우감독과도 마찬가지였다. 백윤식은 "우민호 감독이 내게 출연을 제의하면서 명쾌하게 얘기를 했다. 특히 첫 미팅에서 웹툰 단행본을 줬는데 우감독이 직접 쓴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 '이강희라는 인물은 꼭 이렇게 표현해줬으면 좋겠다' 등의 나를 필요로 한다는 내용이었다"고 시나리오를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또 백윤식은 꼭 우감독이 아니더라도 이강희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고. 그는 "배우 입장에서도 마음에 들었다. 배우는 캐릭터를 창조하고 만들고 창작하는 사람이다. 이강희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작품 속 캐릭터로 봤을 때 '이거 표현 한 번 해봐야겠구나' 이런 마음이 딱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내부자들'에 승선한 백윤식은 후배 배우 이병헌과 조승우를 만났다. 그는 이병헌이 최근 백윤식의 예상치 못한 리액선에 연기하며 어려움을 느꼈다는 발언을 듣고 웃음 지었다. 먼저 이병헌을 칭찬했다. 그는 이병헌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나온 베테랑급 배우이자 좋은 연기자다"며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 것 같다. 완벽하게 준비하고 나왔는데 내가 너무 편하게 리액션을 하니까 의외의 상황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는 당황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사실 그 장면은 지문에 없던 리액션이긴 했다"며 웃음 지었다.
반대로 후배들의 연기에 놀랐던 점이 있냐는 질문에도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는 "아주 좋다. 상대 배우들하고 편하게 연기했다. 열심히 하는 배우들이라 보기 좋았다. 아마 후배들이 이 영화로 오디션을 봤다면 최고 점수를 받았을 거다. 이병헌, 조승우는 말할 것도 없이 조연까지 후배들을 보면 스파크가 팍팍 일어난다. 불똥이 튄다고 해야 하나. 상대방이 잘해줄수록 좋다. 같이 상승세를 타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윤식을 만나 인터뷰 내내 호쾌하게 웃음 짓고 후배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니 다음 작품에서는 정의로운 인물을 연기하는 모습도 보고 싶어졌다. 이와 관련해 그는 "영화는 종합 예술이다.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배우을 선택하는 것도 작품활동에 포함돼 있다.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하면 언제든 하겠다"며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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