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발견-여자편①] 박소담, 연기파 슈퍼루키..얼굴은 덤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5.11.12 15: 58

 짧은 분량에도 자신의 존재감을 독보적으로 과시했다. 충무로 내로라하는 연기파배우 김윤석 옆에서 그랬고, 요즘 가장 핫한 스타 유아인과 강동원의 옆에서도 그랬다. 영화가 끝나면 관객들은 ‘그래서 클럽에서 하얀 원피스 입은 그녀는 누구야?’라며 너도나도 박소담을 찾을 정도. 영화판에서만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 아니다. 온스타일 ‘처음이라서’에서 청춘 한송이 역을 맡아 20대의 공감을 샀고, 멜로 장르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장르를 파괴하고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넓은 스펙트럼을 과시한 올해의 여배우는 박소담이 유일할 것이다.
박소담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학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20대 여배우의 기근으로 골머리를 썩던 충무로에 한 줄기 빛처럼 등장했다. 나이는 1991년생으로 올해 만 24세. 앞으로의 미래도 창창하다. 그가 올해 눈에 띄는 활약을 뽐낸 것은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이하 ‘경성학교’)부터 시작된다.
‘경성학교’는 1938년을 배경으로 외부와는 완벽히 단절된 경성의 기숙학교에 감춰진 이야기를 다룬 작품. 박소담은 전학 온 주란(박보영 분)과 돈독한 우정을 쌓아가는 동급생이자 주란과 함께 학교의 숨겨진 비밀에 점점 다가가는 연덕 역을 연기했다. 당시 박보영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작았기 때문에 ‘박보영의 친구’로 시작했지만,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박소담’이라는 이름을 또렷하게 기억하게 했다.

박소담은 연이어 ‘사도’, ‘베테랑’, ‘검은 사제들’에 드라마 ‘붉은 달’, ‘처음이라서’까지 소처럼 일하며 활약했다. ‘경성학교’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면, 다음부터는 그의 능력을 입증해나가는 과정이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합격이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배역에 따라 달라지는 얼굴. 배우에게는 엄청난 이점이다. 쌍꺼풀 없는 눈은 신선하고 유니크한 분위기를 풍겼고, 앳된 얼굴은 순수함부터 섬뜩함까지 모두 담아냈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탄탄한 연기력도 이를 뒷받침했다. 타고난 천재가 노력까지 하면 ‘귀신’보다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나갔다. 특히 박소담의 노력과 연기력이 폭발한 것은 11월 비수기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검은 사제들’에서였다.
그는 악령에 씌인 소녀 영신 역을 위해 삭발을 감행했다. 외모에 민감한 20대 여배우에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 그러나 박소담은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었겠지만 역할에 맞는 얼굴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이런 모습도, 저런 모습도 있다는 걸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또 후반 40여 분의 예식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는 수 시간 팔다리가 묶인 상태로 중국어, 라틴어, 독일어 등 외국어 대사를 소화했다. 특히 개 짖는 소리의 거친 의성어를 울부짖을 땐 관객들은 박소담에 완벽하게 압도당했다.
앞으로 ‘20대 여배우의 기근’이라는 말은 박소담 앞에서는 힘을 잃을 것이다. 이미 그녀는 충무로의 주목할 신예가 아닌, 스스로 색깔을 만들기 시작한 어엿한 충무로의 여배우로 우뚝 섰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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