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정형돈이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출연중인 모든 프로그램에 한동안 합류가 불가능하다고 밝히면서 방송가에 비상경보가 울렸다.
현재 그가 맡은 프로그램은 MBC ‘무한도전’, JTBC ‘냉장고를 부탁해’,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KBS2TV ‘우리동네 예체능’, KSTAR '돈 워리 뮤직' 등 다수인데, 이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은 아무래도 ‘무도’가 될 수밖에 없다. ‘무도’의 원년 멤버로서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하하 등과 함께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이끌어왔기 때문에 그의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져서다.
정형돈의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는 12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정형돈이 건강상의 이유로 당분간 방송 활동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래 전부터 앓아왔던 불안장애가 최근 심각해지면서 방송을 진행하는데 큰 어려움으로 작용했고 제작진 및 동료들과 상의한 끝에 휴식을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가족처럼 지낸 멤버들과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방송보다 그의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으로 여겨진다.
모든 멤버들이 고생한 덕분이지만 특히나 '무도'에서 정형돈의 자리는 컸다.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무한한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무도 가요제의 남자'로 불리는 것만 봐도 그렇다. 자신보다 함께 출연하는 게스트 가수들이 더 높은 관심을 받게 하기 위해,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버팀목 역할을 해줬다.
물이 오를대로 오른 정형돈은 소위 ‘4대 천왕’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2인자' 박명수를 넘어설 만큼의 인기를 자랑했다. 치고 빠질 때를 아는 그의 탁월한 예능감은 많은 시청자들이 ‘대세’라는 칭호를 불러줄 만큼 안정적이었다.
멤버들의 시너지 효과 덕분에 ‘무도’는 매주 13~14%대 전국 시청률을 유지하며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웹과 휴대전화를 통해 시청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시청률 지수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당당하게 높은 시청률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형돈이 잠정 하차했다고 해서 ‘무도’가 위기에 봉착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그 어떤 어려움이 발생했더라도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겠다는 정신 하나로 국민 예능의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왔기 때문이다. 걱정과 아쉬움은 크지만 그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불가피하게 빈틈이 생겼으니 이에 따른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작진의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들과 울고 웃으며 보낸 세월이 겹겹이 쌓이며 ‘무도’는 어느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 예능'으로 성장해 있었다. 이 노고는 정형돈을 비롯한 멤버들 뿐만 아니라 연출을 맡은 김태호 PD와 스태프의 노력 덕분에 이룬 결과다. ‘무도’를 사랑하는 애청자들에게 특히나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멤버들과 제작진을 믿고 기다려주길 기대해본다./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