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이다. 자신을 찍은 사진들이 벽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음을 발견한 순간, 들려오는 범인의 ‘호두 소리’. 자신과 단 둘이 집에 있는 남자가 살인범임을 눈치 챈 문근영은 그대로 얼어붙는다. 지난 12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의 마지막 장면이다.
약 3분가량의 이 장면은 미친 듯한 긴장감을 유발하며 보는 이들도 함께 얼어붙게 만들었다. 드라마가 전개되는 1시간 내내 유지된 긴장감을 마지막에 폭발시키며 다음 회를 기대케 하는 연출이 꽤나 인상적이다. 눈빛부터 다른 문근영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이 드라마는 한소윤(문근영 분)이 “누군가가 날 부르는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아치아라에 입성해 암매장된 백골사체를 발견하면서 시작된 드라마다. 이 백골사체는 바로 2년 전 실종된 소윤의 언니 김혜진(장희진 분). 소윤은 언니가 이 마을에서 찾고자 했던 가족을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그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이 뭔가를 숨기려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매 회 충격적인 사건과 함께 혜진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이 조금씩 풀리는 듯 보이지만 실상으론 명확한 해답이 나오지 않아 궁금증만 날로 쌓여가고 있는 상황.
이날 방송에서는 여러 가지 사실이 공개됐다. 죽은 혜진이 파브리병을 고치기 위해 가족을 찾고 있었고, 혜진과 가영(이열음 분)이 아버지가 같고 어머니가 다른 이복자매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아가씨(최재웅 분)의 정체가 점차 명확해졌다.
소름 끼치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아가씨는 살해를 저지른 뒤 소윤을 찾아갔다. 그는 소윤이 걸고 있는 김혜진(장희진 분) 목걸이를 빌미로 그에게 다가갔고 “김혜진이 그 목걸이 좋아했다. 동생과 하던 거라고”라고 말을 걸었다. 이어 여장할 때의 자신에게 “당신 어머니는 어떤 마음일까”라고 했던 김혜진을 떠올렸고, 당시 김혜진이 “난 어머니가 죽이려고까지 했다”고 했던 말을 소윤에게 전했다.
아가씨는 혜진을 죽인 진범일 가능성이 높은 용의자다. 그가 그간 연쇄 살인을 저질러오고 있음이 이날 밝혀졌고, 그간 혜진을 지켜보고 있었으며,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음이 함께 공개된 것. 이후 그가 소윤을 다음 타깃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한 상황이 펼쳐졌다. 소윤을 혜진이 늘 서 있던 곳으로 유인했고, 아가씨는 몰래 혜진을 지켜보던 장소에서 소윤의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이다.
소윤은 위기에 처한다. 아가씨가 범인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언니를 알고 있다는 그에게 궁금증을 느껴 그의 집을 찾아간 것. 그는 아가씨가 맥주는 찾는 동안 집안을 살피다가 벽 한 면에 도배 된 자신의 사진을 발견하고는 경악한다. 이후 호두 소리가 들려온다. 그간 시체로 발견된 피해자들의 목에서 호두가 나왔기에 이 소리는 소름을 유발하며 끔찍하게 들려왔다.
여기까지의 전개가 긴장감 넘치고, 흥미롭기 까지 하다. 분명 아가씨가 연쇄살인범은 맞는데 소윤의 언니를 죽였다는 증거는 불충분한 상황. 마을의 모두가 의심이 되는 가운데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joonamana@osen.co.kr
[사진] 드라마 '마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