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대중문화 코드 중 하나는 역주행이다. 음악차트를 휩쓴 역주행은 최근 박스오피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바로 지난 5월 개봉 10주년을 맞아 재개봉한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그 주인공이다. 이 영화는 입소문을 타더니 재개봉 8일째인 12일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이러다가 개봉 당시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재개봉 영화가 각광을 받는 건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영화를 보고 있긴 하지만 10년 전 극장에서의 추억을 함께 수반한다. ‘이터널 선샤인’으로 입증된 재개봉의 힘은 비수기로 꼽히는 극장가에 제법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에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보고 싶은 한국영화 베스트3를 골라봤다.
◇전쟁 속 피어난 순수..‘웰컴 투 동막골’
‘웰컴 투 동막골’은 1950년 11월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때를 배경으로 한다. 강원도 산골에 위치한 동막골은 전쟁과는 동떨어진 곳으로, 국군과 인민군과 연합군이 모두 이곳에 모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전쟁의 긴장이 동막골까지 덮치면서 어울릴 수 없던 국군, 인민군, 연합군이 작은 연합군을 결성, 동막골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팝콘이 터지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전쟁에서 사용되는 무기인 수류탄도 동막골에서는 옥수수를 튀겨 ‘팝콘 비’를 내리게 하는 낭만적인 장치로 사용된다.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금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영화가 될 것이다.
◇그 가을 우리를 울렸던, ‘너는 내 운명’
지난 2005년 9월, 가을 관객들의 울렸던 ‘너는 내 운명’을 빼놓을 수 없다. ‘너는 내 운명’은 서른여섯 살의 시골 청년 김석중(황정민 분)이 에이즈에 걸린 다방 아가씨 전은하(전도연 분)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펼치는 작품.
운명적인 사랑은 처음 만났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이겨내고 지켜내었을 때 비로소 운명적인 사랑이 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멜로 영화가 거의 전무한 지금 어쩌면 가장 어울리는 영화가 되겠다. 또 이 영화는 황정민의 ‘밥상’ 수상 소감으로도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어머니의 사랑에 울고 초원의 순수함에 웃는, ‘말아톤’
2005년에는 마음이 따뜻한 영화가 또 있었다. 5살 지능을 가진 20살의 청년 초원(조승우 분)이 엄마 경숙(김미숙 분)의 희생과 사랑으로 정상인도 힘든 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대에 완주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
20년 세월 동안 아들의 곁을 지킨 어머니의 한결같은 사랑이 가슴을 울리고, 초원의 순수함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다. 전직 유명 마라토너이자 까칠했던 정욱(이기영 분)이 초원의 코치를 맡아, 그의 순수한 모습에 동화돼 가는 모습도 관람 포인트가 되겠다. / besodam@osen.co.kr
[사진] '웰컴 투 동막골', '너는 내 운명', '말아톤'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