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을 과연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가슴 뭉클하게 밀려오는 깊은 사랑을 철없는 아들딸과 남편이 알 수 있을까. ‘응팔’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사랑한다고 표현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가장 만만한 존재인 엄마의 의미를 새삼 강조한다.
지난 13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3회에서는 남편 성동일(성동일 분)과 둘째 덕선(혜리 분), 막내 노을(최성원 분) 때문에 속이 타들어가는 엄마 이일화(이일화 분)의 모습이 담겨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일화는 동네사람들에게 인정 많고 친절하지만 없는 살림에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절약을 강조했다. 화장품이 떨어졌지만 빈 통에 샘플을 짜서 넣고 쓸 정도로 돈을 아꼈다.
남편 성동일 역시 아내처럼 잔정 많고 푸근한 성격이었지만 과한 게 문제였다. 길을 가다 만난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지 못해 늘 죄스럽게 여긴다. 이날도 할머니에게 고사리 한 봉투, 껌 한 통을 사며 “오늘이 진짜 마지막”이라고 다짐했다. 또 친한 후배에게 필요도 없는 태교음악 테이프를 사왔다. 아내는 가난함에도 절약하지 않는 남편의 모습이 못마땅하기만 했다.
고2인 덕선은 학교에서 단체 수학여행을 떠나게 됐다. 단짝 친구들과 몇 주 전부터 장기자랑 연습을 하며 기대에 부푼 그녀는 엄마에게 카메라를 받으면서 “절대 잃어버리지 말아라. 그럼 너 진짜 나한테 죽는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받으며 여행을 떠났다. 덕선은 절대 잃어버릴 일이 없다고 자신했지만 결국 기차에 놓고 내려 엄마의 속을 긁어놨다.
막내 노을도 속을 썩이긴 마찬가지였다. 며칠 전 돈을 세고 있는 모습을 덕선에게 들켜 출처에 대한 의심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일일 카페를 열어 돈을 번 것이었다. 여자친구와 놀러갈 경비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던 것. 이 소식에 화가 잔뜩 난 일화는 남편에게 대신 담임을 만나라고 부탁했다.
공부안하고 속 썩이는 자식들을 남들보다 잘 키워보겠다고 결심하지만 연애하느라, 노느라 바쁜 자식들을 어떻게 다잡을지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전달돼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성동일과 이일화는 늘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금세 화해하고 친구처럼 지내는 그 시대 소시민의 부부였다.
지난 시즌1부터 호흡을 맞춰온 두 사람이 1988년 시대상을 반영해 부부간의 심리전을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맛깔난 사투리가 보는 재미를 높인다. 특히 이일화는 한없이 약해 보이지만, 에너지가 넘치고 흘러 끝내 모든 걸 비워내고 마는 엄마의 마음을 제대로 그려냈다. 그녀의 놀라운 표현력이 없었다면 ‘응팔’의 감동이 훨씬 줄었을 거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 purplish@osen.co.kr
[사진]'응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