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예’ 정대윤PD “고민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대로” [인터뷰②]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11.14 09: 31

하반기 최고의 인기작인 MBC ‘그녀는 예뻤다’는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이야기의 방향에 대한 주문이 많았다. 워낙 이 드라마에 푹 빠져 지내다 보니, 온갖 훈수가 쏟아졌다. 김혜진(황정음 분)의 친구이자 지성준(박서준 분)을 사랑하게 되면서 혜진과의 우정 대신 사랑을 택할 위기를 보였던 민하리(고준희 분)의 방해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매서웠다. 이 드라마에는 악역이 존재하지 않았는데, 하리 역시 많은 시청자들의 예상과 걱정을 뒤집고 생각보다 빨리 혜진과의 우정을 택했다.
시청자들의 바람대로 극의 진행이 빨라지니 또 다른 걱정이 이어졌다. 방해꾼인 하리가 다른 자극적인 드라마와 달리 빨리 혜진과 성준을 응원하게 되면서,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것. 정대윤 PD와 조성희 작가는 이 드라마를 보통의 사람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편안한 로맨틱 코미디로 만들겠다는 생각이 컸는데, 제작진의 의도가 너무 잘 맞아떨어졌나 보다.
진짜 내 이야기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 보니, 이야기 전개에 대한 주문과 요청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래서 혹자는 ‘그녀는 예뻤다’가 여론에 원래 계획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허나 처음으로 간판 연출과 집필을 한 두 명의 젊은 드라마 전문가들은 흔들리지 않고, 진짜 예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올곧게 펼쳐나갔다.

-원래 생각한 기획대로 드라마 전개가 이어진 건가.
처음에 기획한대로 엔딩까지 갔다. 중반 이후에 긴장감이 줄어들고, 멜로가 재미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우리가 너무 기획한대로 쭉 밀고 나간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하기는 했다. 물론 시청자들의 반응대로 처음 기획한 것과 달리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겠지만 원래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그대로 갔다. 물론 엄청난 관심과 사랑에 나와 작가님 모두 당황했고, 흔들릴 수도 있었다. 다시 이야기를 짜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우리 이야기를 하자고 여러 차례 다짐하며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리가 방해꾼이라는 시선을 받아서 사랑이 아닌 우정을 택하는 시점이 빨라진 게 아니었나.
첫 방송 시작 전 14회까지 시놉시스가 정해져 있었다. 마지막 부분인 15회와 16회는 열어뒀다. 물론 어떻게 끝낼지는 작가님과 교감을 하고 있었지만, 좀 더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위해 15회와 16회는 열어두고 14회까지 시놉시스를 완성했다. 하리가 우정을 택하는 이야기의 시점은 처음부터 계획이 돼 있었다. 제작발표회 때도 말씀드렸지만, 사랑과 우정 이야기를 5대 5로 그리고 싶었다.
갈등은 있지만 조건 없는 사랑으로 극복하고 치유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따뜻하고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위해 8회를 전환점으로 뒀다. 물론 시청자들은 뒷이야기가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는 게 맞았다고 생각한다. 작가님과 나는 우리 이름을 걸고 하는 작품은 처음이다 보니 일희일비했다.(웃음) 그래도 계획대로 가려고 했다.
-조성희 작가님과 호흡이 좋았던 것 같다.
정말 좋았다. 드라마는 좋은 작가가 중요하다. 가능성이 있는 작가를 찾기 위해 과거 시트콤부터 케이블 드라마까지 쭉 찾아봤다. 조성희 작가님이 쓰시는 글의 결이 좋았다.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니 생각하는 것도 비슷했다. 회의를 하다 보니 의견이 정말 많이 비슷했다. 우리도 11회 이후에 생각이 많아졌다. 이렇게 끌고 가는 게 맞나 고민을 했다. 반응대로 섣불리 덧칠을 했다가 원래 하려고 했던 우리 이야기를 놓칠까봐 걱정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쭉 하자고 판단했다. 정말 내가 복이 많은 게 작가님 뿐 아니라 배우들이 정말 좋았다. 모두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배우였다. 현장에서도 친화적이고 연출자로서 최고의 스태프와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제작발표회에서 황정음 씨가 예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한 게 화제가 됐다.
너무 당황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 전달이 잘 안 됐다. 진정성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내가 ‘무한도전’을 좋아한다. 평균 이하 주인공들이 공감을 이끌어내는 프로그램이지 않나. 우리 드라마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음 씨는 털털하고 자신을 망가뜨리는데 주저함이 없는 좋은 배우다. 우리 드라마가 안 예쁜 여자가 주인공이다. 황정음 씨는 원래 예쁘다. 그런데 아무리 분장을 해도 예뻐서 진정성이 떨어질까봐 걱정했다. 결국 예쁜 여자가 안 예쁜 척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까봐 걱정했다는 뜻이었다. 정음 씨가 너무 고맙게 예쁘지 않게 연기를 해줬다. 난 그런 정음 씨가 정말 고맙고 예쁘다.
그런데 이런 의미의 말이 제작발표회에서는 잘 전달이 안 됐나 보더라. 포털사이트 기사 제목을 보고 놀라서 전화를 했다. 정음 씨가 깔깔깔 웃으면서 오해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오히려 내가 말을 잘 꺼냈다고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을 즐겨야 한다고 쿨하게 말을 하더라. 정말 원래도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쿨한 성격이어서 더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캐스팅이 도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캐스팅이 정말 중요하다. 황정음 씨는 다양한 캐릭터를 했던 배우라서 다시 코믹 캐릭터를 한다면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코믹 캐릭터를 해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서 제안을 했다. 박서준 씨는 늘 눈여겨봤던 배우다. 목소리가 멋있고, 연기를 똑똑하게 하는 배우다.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잘 받아들인다. 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최시원 씨는 전작인 ‘드라마의 제왕’ 때 놀랐다. 독특한 역할을 잘 소화하더라. ‘무한도전’ 식스맨 특집을 재밌게 봤다. 표정이 풍부하고, 순간순간 바뀌는데 바뀐 표정 모두 예쁘더라. 모든 배우가 우리 드라마에서 적격이었다고 생각한다. 조성희 작가님의 대본이 정말 좋았고, 배우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힘이 그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도 남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매력들을 보여준 배우들과 재밌는 대본을 써준 작가님께 고맙다. (인터뷰③에서 계속) / jmpyo@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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