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예’ 정대윤PD “우린 로코, 비극 결말 생각한 적 없다” [인터뷰③]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11.14 09: 32

로맨틱 코미디 결말이 이렇게까지 높은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나.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는 ‘신드롬’을 일으킨 만큼 드라마 후반부터 결말에 대한 관심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혹시나 비극적인 결말로 마무리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제작진이 재미를 위해, 혹은 별다른 생각 없이 깔아둔 이야기가 추측에 또 다른 추측을 낳아 복선이라는 이름 하에 비극 결말 걱정으로 이어졌다. 결말에 대한 걱정과 예상은 드라마를 즐기는 하나의 놀이와 같았다.  
다행히 김혜진(황정음 분)과 지성준(박서준 분)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며 훈훈하게 마무리됐지만, 방송 당일까지도 비극 결말에 대한 걱정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결말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인터넷에 퍼지는 것을 보며 드라마의 인기를 다시 한 번 실감한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을 터다. 
-황정음 씨는 대변신 장면 이후로, 고준희 씨는 처음부터 유독 화면에서 예쁘게 나왔다.

혜진이와 하리는 대비되는 게 필요했다. 두 사람의 우정이 예쁘지만, 그래도 외모적인 차이가 필요했다. 그래서 고준희 씨가 원래 예쁘지만 더 예쁘게 보이기 위해 조명을 신경 썼다. 캐릭터 때문에 예쁘게 꾸미지 못한 황정음 씨를 위해 대변신 장면에서 정말 많은 조명을 썼다.(웃음) 그동안 못 생긴 캐릭터를 정말 감사하게도 쿨하게 연기를 해온 황정음 씨에 대한 선물이었다. 정말 망가진 연기가 고맙고 사랑스러웠기 때문에 정음 씨에 대한 감사 표시였다.(웃음)  
-혜진이가 화장이나 미용으로 예뻐진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마음씨가 예쁜 혜진이가 예뻐지지 않고 그대로 곱슬머리에 주근깨가 가득한 상황에서 성준과 사랑의 결실을 맺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바람이 컸다.
작가님과 고민이 컸다. 물론 기획단계에서부터 혜진이가 중간에 예뻐졌다가, 다시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오는 것을 생각했지만 우리가 생각한 게 맞는지 틀린지에 대해 고민도 많았다. 그래도 로맨틱 코미디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혜진이의 변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혜진이가 가진 캐릭터 본질이 흐려지는 게 아니라고 봤다. 어차피 마지막에는 혜진이가 원래대로 주근깨에 폭탄머리로 돌아오지 않았나. 잡지사 모스트에 있으면서 ‘모스트스럽게’ 한 번은 변신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변신하게 됐다. 물론 계속 혜진이가 마음씨 뿐 아니라 얼굴까지 예뻐져야 했을까, 이런 고민은 계속 했다.
-결말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까지 클 줄 알았나.
시청자 분들이 정말 재밌는 상상을 해주셔서 재밌었고 감사했다. 우리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이 아니냐. 사실 로맨틱 코미디인데 비극적인 결말을 누가 하겠느냐. 드라마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기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한 번도 새드엔딩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11회부터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결말에 대한 추측이 나오면서 생각하지 못한 긴장감이 저절로 만들어졌다. 우리가 생각 못한 결말에 대한 포석 같은 이야기가 나오니깐 긴장감이 됐던 것 같다.
성준이가 쓰러지는 장면 역시 백혈병이라는 생각을 하실 줄 몰랐다. 성준이는 완벽주의자고 순간 순간 화를 내는 성격이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허당 같은 면모가 있다. ‘빙구’ 같은 매력을 보여주기 위한 장면이었는데 죽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으로 이어지더라. 재밌는 상상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일부러 ‘지붕 뚫고 하이킥’ OST를 삽입했다. 한설(신혜선 분)과 김준우(박유환 분) 커플은 사실 우리가 준비한 주인공들의 음악을 사용할 수 없었다. 다른 드라마나 영화 삽입곡을 썼는데,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에 ‘지붕 뚫고 하이킥’ OST를 써봤다. 
-시즌 2나 스핀오프 드라마 형식으로 ‘그녀는 예뻤다’를 다시 볼 수 있나.
지금 마무리를 한 이야기에 덧붙여서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외모가 아니라 진짜 예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는데,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다. 작가님과 배우들 덕분이다. 사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재미가 덜할 수도 있고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최대한 재밌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시청자 여러분들이 예쁘게 봐주셔서, 끝까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재밌고 공감이 가는 캐릭터를 살려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은 것 같다.
-‘그녀는 예뻤다’가 정대윤이라는 드라마 PD를 바꿔놓은 게 있나.
이 작품을 하기 전에 생각이 바뀌었다. 사실 처음 드라마 PD가 됐을 때는 드라마는 새로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청자들에게 강한 메시지도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청자들이 편하게 보고, 즐거워 할 수 있고, 빨리 잊지 않는 드라마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드라마 대사를 일기장에 적을 수 있다면, 그 정도면 내가 만든 드라마가 성공한 드라마라고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그녀는 예뻤다’를 연출했고, 드라마 종영 후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jmpyo@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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