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첫사랑이란 게 무엇이기에 이토록 강렬하게 느껴지는 걸까.
비단 혜리뿐이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가슴에 첫사랑을 묻고 살아간다. ‘응팔’은 이제 막 사랑에 눈을 뜬 혜리를 중심으로 흐르고 있는데, 파릇파릇 새싹처럼 순수한 그녀의 첫사랑이 이제 막 움트는 모양을 그리고 있다.
고경표가 그녀의 남편으로 이어질지, 단순히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남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더불어 류준열까지 가세해 불타는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애틋한 사랑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13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이하 응팔)에서는 1988년 여름, 첫사랑이 시작된 덕선(혜리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덕선은 단짝 친구 미옥(이민지 분)과 자현(이세영 분)의 확신에 선우(고경표 분)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믿었다. 그날 저녁부터 덕선의 마음에는 선우가 자리 잡았다. 늦은 저녁 갑자기 그가 찾아오자, 미친 듯이 방으로 달려가 옷을 갈아입고 화장부터 했다. 이 모든 건 선우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은 덕선의 마음 때문.
덕선은 선우에게 "라면 먹으러 가자, 선우야"라고 코 먹은 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리기도 했다. 한편 이날 덕선이라면 이를 갈던 정환(류준열 분)도 이상야릇한 감정을 느끼며 가슴 설렘을 느끼기 시작했다.
같은 날 수학여행을 떠난 쌍문고, 쌍문여고 학생들은 숙소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다 동룡(이동휘 분)의 아버지이자 학생주임을 만나 발걸음을 돌렸다. 선우와 동룡은 다른 길로 뛰어갔고, 정환은 달리기가 늦은 덕선을 붙들고 막다른 골목길에 숨었다.
들키지 않기 위해 좁은 틈새로 들어가면서 어쩔 수 없이 서로의 몸이 밀착됐고, 두 사람은 몰아쉰 숨을 진정시켰다. 다행이 학주에게 들키진 않았지만 숙소에 돌아와서까지 쿵쾅거리는 심장, 삐죽거리며 올라가는 입꼬리를 통제할 수 없었다. 세 사람의 사랑이 시작된 것이다.
덕선은 친구들의 놀림도 많이 받고 워낙 수줍음이 없는 성격이라 걱정이 없겠으나 소위 일부러 냉정한 척하는 ‘츤데레남’ 정환은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다. 또 단순한 열병인지, 아니면 이 사건이 남편으로 거듭나기 위한 추억의 일부였는지 귀추가 주목된다.
누구나 사춘기에 첫사랑의 열병을 앓지만 그 시작과 끝을 알고 시작하는 경우는 없다. 그게 사랑의 묘미이자, 오래토록 기억되는 이유다. 그래서 덕선의 남편은 고경표일까. 류준열일까. / purplish@osen.co.kr
[사진]'응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