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리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
캐스팅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때는 역할과 배우가 맞아떨어질 때인데 그런 점에서 덕선을 연기하는 혜리가 안성맞춤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제작 단계에서 혜리가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많은 우려와 걱정이 쏟아졌다. 걸그룹 출신인 그녀가 어떻게 화제의 드라마를 이끌 수 있겠냐는 것이다. 특히 가수 출신이란 점이 발목을 붙잡았다. 혜리 본인도 이것을 이겨내기 위해 부담감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혜리는 의외로 잘해내고 있다. 왠지 모르게 짠하고 불쌍한 덕선 캐릭터를, 이렇게 능글맞고 귀엽게 소화해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응팔’에서 쌍문여고 2학년생 덕선 역을 맡은 혜리가 차츰 배역에 녹아들며 몰입도를 높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하늘 높이 띄운 앞머리에 자로 잰 듯 일자 단발머리, 촌스러운 메이크업이 잘 어울린다.
‘응팔’에서는 이제 막 사랑에 눈을 뜬 혜리를 중심으로 흐르고 있는데 파릇파릇 새싹처럼 순수한 그녀의 사랑이 이제 막 움트는 모양을 그리고 있다. 고경표가 그녀의 남편으로 이어질지, 단순히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남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더불어 류준열까지 가세해 불타는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첫사랑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13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이하 응팔)에서는 1988년 여름, 첫사랑이 시작된 덕선(혜리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덕선은 단짝 친구 미옥(이민지 분)과 자현(이세영 분)의 확신에 선우(고경표 분)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믿었다. 그날 저녁부터 덕선의 마음에는 선우가 자리 잡았다. 늦은 저녁 갑자기 선우가 찾아오자, 미친 듯이 방으로 달려가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했다. 이 모든 건 선우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었던 것.
덕선은 친구들의 놀림도 많이 받고 워낙 수줍음이 없는 성격이라 걱정이 없겠으나 소위 일부러 냉정한 척하는 ‘츤데레남’ 정환은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다. 또 단순한 열병인지, 아니면 이 사건이 남편으로 거듭나기 위한 추억의 일부였는지 귀추가 주목된다.
혜리가 ‘응팔’을 통해 차세대 여배우로 떠오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아직 나이도 어리지만 전작에 비해 확실히 깊어진 그녀의 감정을 느끼고 있어서다. 둘째로서 느끼는 설움은 물론이고, 첫사랑에 빠진 설렘까지도 표정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점점 혜리가 예뻐 보이는 것은 선우, 정환(류준열 분), 동룡(이동휘 분), 택(박보검 분)만은 아닐 듯싶다./ purplish@osen.co.kr
[사진]'응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