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은 예상대로 트루디였다. ‘윤미래가 떠오른다’는 비난과 ‘Mnet의 지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기복 없는 실력을 보여줬고, 결승전에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입증하면서 관객들의 지지를 득표수로 증명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준우승자인 키디비에게 커다란 호응과 박수를 보내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가 보여준 성장드라마와 힙합정신, 그리고 푸근한 인성덕분일 테다.
방송초반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키디비는 점차 발전하는 모습으로 ‘기승전결’이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낸 래퍼. 게다가 ‘기획사 빨’, ‘피쳐링 빨’ 없이 홀로 당당하게 결승 무대까지 진출, 준우승을 거머쥐며 진짜 ‘힙합 정신’을 보여줬다. 여기에 세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푼수 같기까지 한 푸근한 성격이 호감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키디비는 지난 13일 방송된 ‘언프리티 랩스타2’ 결승전에서 아쉽게 트루디에게 패했다. 함께 결승 무대에 오른 효린, 수아를 제쳤지만, 트루디에 뒤지면서 준우승에 머무르게 됐다. 하지만 전지윤, 효린, 유빈, 수아 등 경쟁 래퍼들은 키디비의 무대에 손을 들었다. 헤이즈만이 트루디의 편에 섰을 뿐이었다.
이 방송에서 키디비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의 출연 소식이 전해진 이후 많은 이들이 그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언더 신의 여성 래퍼 중 비교적 활동 기간이 길고 그간 ‘실력파’로 평가 받아왔기 때문. 그런데 이런 기대들은 방송 첫 회에 무너져 내렸다. 싸이퍼 자기소개에서부터 가사를 절며 불안하게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이후 무대에서도 여러 차례 가사 실수로 실망감을 안긴 바.
그래도 키디비는 저력이 있고, 한 방이 있는 래퍼였다. 이후 다양한 미션에서 안정적인 실력으로 프로듀서의 호평과 관객들 호응을 받았다. 23일 방송에서 ‘외줄타기’ 랩으로 제치고 8번째 트랙을 따내는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내기도 했고.
세미파이널 무대가 결정적이었다. 지난 6일 방송된 세미파이널에서 키디비를 제외한 모든 래퍼가 인지도 높은 쟁쟁한 피쳐링 가수와 무대에 올랐다. 헤이즈는 엑소의 찬열을, 전지윤은 비투비 정일훈을, 효린은 ‘쇼미더머니4’ 우승자 베이식의 힘을 빌렸다.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트루디 역시 소녀시대 티파니를 카드로 내세우고, 유빈은 어반자카파의 조현아를, 수아는 악동뮤지션의 이수현과 무대에 올랐다.
그만큼 중요한 무대였다. 결승 라운드를 앞두고 치러진 피 튀는 경쟁.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래퍼들은 쓸 수 있는 모든 비장의 카드들을 꺼내들었다. 그런데 키디비 단 한 명만 피쳐링도, 밴드도 동원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라운드에서 오롯이 자신의 실력만으로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각오였다. 자신을 믿었고, 그게 ‘진짜 힙합’이라고 여긴 것이다.
키디비는 ‘언프리티2’ 속 진짜 힙합하는 래퍼가 누구냐는 질문을 던졌고, 그 주인공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무대로 입증해낸 셈이다.
준우승에 머물렀음에도, 키디비가 돋보인 이유는 충분했다./joonaman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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