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류준열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른바 '개정팔'이 '특공대' 혜리를 흔드는 매력이 넘쳐 흘렀다. 겉으로는 남동생을 대하듯 차가웠어도 속으로는 은근히 챙겼다.
14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이하 응팔) 4회에서는 덕선(혜리 분)을 차츰 여자로 느끼는 정환(류준열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버스 회수권을 자르는 선우(고경표 분)와 정환의 모습으로 시작돼 정겨움을 안겼다. 등교 시간이 되자 이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정환은 아끼는 나이키 운동화를 꺼내들었고, 덕선은 가방을 챙기고 나오지 않아 버스를 놓쳤다. "그냥 학교 가지말까"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공부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덕선은 가족들에게 대학에 가겠다고 선포했다. "나 대학갈래. 과외시켜줘"라고 선언했지만 엄마 아빠 언니 남동생은 "무슨 대학이냐. 책상 앞에 앉은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무시했다. 동일은 서울대생인 언니 보라(류혜영 분)에게 배우라고 했다. 과외비를 아끼기 위한 것. 과거 언니에게 쌍욕을 먹어가며 배웠던 덕선은 "죽으면 죽었지 절대 언니한테 배우지 않겠다. 차라리 독서실에 다니겠다"고 했다.
한편 바둑천재 소년 택은 주변의 위로에 되레 스트레스를 받았다. 약까지 복용할 정도. 그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연습을 강행했는데 이유는 최근 진행된 대국에서 패했기 때문. 신인과의 대결에서 끌려다니는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택의 선생님은 "어떻게 맨날 이기냐. 지는 것도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하고 떨쳐버려라"며 "그래도 택이가 여전히 승률 1위다. 승률 7할이면 그것도 대단한 것"이라고 위로했다.
옆에 있던 친구도 "천하의 택이라도 어떻게 항상 이겨? 괜찮아. 아직 대국 남았잖아. 괜찮아"라고 다독였다. 그러나 주변의 과한 위로에 택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4인방의 위로 덕분에 금세 기분이 풀어졌다.
정환의 변화도 눈길을 끌었다. 휴일을 맞아 부잣집 정환네는 레스토랑으로 외식을 하러 나갔다. 가족들에게 돈까스를 사주려는 아빠 김성균(김성균 분)의 노력 덕분. 그러나 그는 두 아들의 무관심한 태도에 마음을 다쳤다. 아이스크림을 사가며 살갑게 권했지만 정환은 "이따 먹을게요"라고 거절한 것. 뿐만 아니라 개그를 받아주지 않는 아내 라미란의 말투에도 상처입었다. 이는 차츰 설 자리를 잃어가는 가장의 현실을 대변하는 장면이었다.
평소 장난으로 일관하다 갑자기 냉담해진 아버지의 행동에 놀란 정환은 동룡(이동휘 분)에게 상담을 신청했고, "아버지의 개그를 받아주라"는 말에 "반갑구만, 반가워요"라는 몸 개그를 따라하며 아버지와 화해를 시도했다.
뿐만 아니라 정환의 마음이 차츰 덕선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선우와의 친분을 질투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강아지 밥을 주려고 마당에 나간 정환은 덕선과 마주쳤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독서실에 다녀왔다는 덕선에게 "거짓말하고 앉아 있네. 강시냐"고 타박했지만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갑자기 선우가 덕선에게 샤프심을 빌리러 왔고, 두 사람이 다정하게 덕선의 집으로 들어가자 은근히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또 등교길 만원버스에서 덕선의 뒤를 지키며 넘어지지 않도록 지켜줬다. 소꿉친구인 덕선을 점점 여자로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정환-덕선-선우의 관계가 어떻게 그려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응팔'은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한 골목에 사는 다섯 가족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가족극이다. 매주 금, 토 오후 7시 50분 방송./ purplish@osen.co.kr
[사진]'응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