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세대들이 생각하는 김정민은 ‘배우’ 또는 ‘예능인’이다. 하지만 김정민은 90년대를 주름 잡았던 ‘록발라드의 황제’다. 요즘도 그를 모창하는 사람들을 종종 TV에서 볼 수 있을 만큼 김정민의 창법은 남자들에게는 매력적이다.
지난 14일 방송된 JTBC ‘히든싱어4’에서는 김정민이 원조 가수로 나서 다섯 명의 모창능력자들과 함께 대결을 펼치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사실 김정민을 가수로 아는 시청자들이 많지 않다. MC 전현무는 “10대나 20대 분들은 이분을 배우로 알고 있을 거다”라고 말했을 정도니 말이다.
가수 김정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건 13년 전이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무대에 오른 후 그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걸 볼 수 없었고 신곡도 듣지 못했다. 때문에 그를 배우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건 당연했다. 김정민의 아내 루미코도 남편이 노래하는 걸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가수 김정민으로서의 공백은 길었다.
하지만 이날 김정민은 다시 90년대 록발라드의 황제로 돌아왔다. 당시 카리스마 가득한 보이스로 노래를 불렀던 김정민은 그때를 생각나게 하는 가죽 재킷과 딱 달라붙는 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이제는 세 아이의 아빠가 됐고 수다쟁이가 됐지만 그의 노래를 여전했다. 김정민이 자신의 창법에 대해 그 누구도 따라 하기 힘든 족보에도 없는 창법이라며 ‘끙끙창법’이라고 표현했고 ‘끙끙창법’으로 가수 김정민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1라운드부터 마지막 4라운드까지 김정민은 좋은 성적을 보여줬다. 강력한 실력자들 속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다. 1라운드 대결부터 만만치 않았다. ‘마지막 약속’ 대결에서 김정민의 목소리가 돋보이지 않을 만큼 모창능력자들의 실력은 놀라웠다. 김숙은 “역대 최고다. 목소리가 다 똑같다”며 혼란스러워했다. 하지만 김정민은 3표만을 받으며 1라운드를 가볍게 통과했다.
2라운드곡은 ‘슬픈 언약식’이었다. 김정민은 “김정민스럽게 ‘슬픈 언약식’을 불러 김정민인 걸 증명하겠다”고 밝혔지만 조홍경 보컬 트레이너는 김정민의 창법이 달라졌다며 2라운드가 고비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조홍경의 말대로 2라운드 역시 패널들과 방청객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엄청난 라이벌이 등장했고 결국 김정민은 2등을 했다.
2라운드에서는 2등을 했지만 3라운드에서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실력을 보여줬다. 실력자들만 남은 가운데 김정민의 목소리를 찾는 건 쉽지 않았지만 가장 적게 표를 받아 1등으로 통과했다. 김정민의 성적에 마지막 라운드 결과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김정민은 1등을 하며 최종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김정민은 배우 또는 예능인이 아닌 가수로서의 매력을 확실히 보여줬다. 김정민은 “김정민이 노래하는 가수구나라는 걸 다시 알리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음악생활도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고 송은이는 “‘히든싱어4’의 슬로건이 ‘가수가 진짜 가수가 되는 곳’인데 김정민이 타이틀에 가장 갈 어울리는 가수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정민은 신곡 ‘먼 훗날에’ 무대를 통해 가수임을 확인시켜줬다. 김정민 자신에게, 그리고 팬들에게 ‘히든싱어4’ 출연은 의미가 있었다. /kangsj@osen.co.kr
[사진] JTBC ‘히든싱어4’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