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익스프레스’가 옮긴 건 이삿짐만이 아니었다. 물건들이 가장 빛났던 한 시절과 기억, 그리고 추억을 나르며 그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 이야기 속에는 인생의 짐과 고민뿐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향한 기대와 희망이 있었다.
지난 14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청춘 익스프레스’에서는 마지막 이사 현장으로 떠난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윤다훈은 성규, 수빈과 함께 서대문구 천연동에 위치한 의뢰인의 집을 찾았다. 현관에 위치한 CCTV, 거실 정면에 위치한 태극기 등 평범한 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는 절로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의문의 집의 정체는 구세군에서 운영하는 자립홈이었고, 이사를 의뢰한 건 자립 준비를 마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된 정미선 씨였다.
세 사람과 만나게 된 그는 성규와 보육원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인연을 이야기했고, 윤다훈은 조심스레 “어떻게 해서 보육원에 들어 왔느냐”고 물었다. 미선은 4살 때 가정폭력으로 천사의 집 보육원으로 오게 됐다고 털어놨다. 시종일관 밝은 표정이었던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고, 윤다훈 역시 그의 안타까운 사연에 눈물을 흘렸다. 너무도 당연한 엄마, 아빠라는 존재를 상실한 채 자라난 선미에겐 아직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듯 보였고, 윤다훈은 “(어릴 때) 뒤에서 울었던 눈물하고 지금 눈물은 다른 것”이라며 새로운 출발선에 선 그를 위로했다.
책과 옷가지가 전부인 이삿짐 싸기를 마무리 하고 윤다훈, 수빈은 선미와 함께 과거 그가 생활했던 보육원 터와 선미가 다녔던 초등학교를 찾아 추억을 되새김질 했다. 이어 선미의 새로운 보금자리에 짐을 모두 옮긴 후 윤다훈은 딸 같은 마음에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했고, 그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응원했다.
한편 김뢰하, 유민상, 권수현, 이영유의 이사 의뢰인은 올해 댐이 들어와 수몰 지역이 될 영주 금강마을의 주민들이었다. 정든 마을을 떠나야만 하는 의뢰인들의 집에는 예물로 가져왔던 놋그릇, 일제강점기부터 쓰던 재봉틀 등 오랜 세월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물건은 옮길 수 있어도 자신들이 나고 자란 삶의 터전이 사라진다는 사실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못했다. 오고 싶어도 이제는 올 수 없는 고향을 떠나며 한 주민은 “여우도 죽을 때는 자기 굴 쪽에 간다는데 나이 들어서 우리가 여우 굴로 찾아올 판인데 그곳이 없어졌다는 것은 상실감이 크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84세의 나이로 마지막 이사를 준비하는 이후남 할머니의 기행문은 ‘청춘익스프레스’의 멤버들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어느 날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수몰되어 사라질 동네를 생각하며 쓴 시를 들은 김뢰하는 붓을 들었고, 집에 시의 한 구절을 남기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후남 할머니 역시 영원히 물속에 잠길 집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렇게 ‘청춘익스프레스’는 이삿짐을 나르는 동안 지난 자리에 남은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며 새로운 삶을 맞이할 수 있는 원동력을 선사했다. 잊고 있었지만 때때로 꺼내보고 싶은 행복한 추억, 아픈 상처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시간들이기에 지울 수 없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는 보는 이들의 공감을 샀고, 더불어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건 바로 ‘청춘익스프레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편 ‘청춘 익스프레스’는 연예인들이 직접 이사현장을 찾아가는 ‘리얼 버라이어티’와 비밀스러운 이삿짐센터를 소재로 한 ‘시트콤’이 결합된 신개념 예능 프로그램. 총 3부작으로 구성됐다. / nim0821@osen.co.kr
[사진] ‘청춘 익스프레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