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위기이자 기회를 맞았다. 바로 정형돈이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중단하면서, 빈자리가 생겼기 때문. 동시에 올해 초 새롭게 합류한 광희에게는 자신의 예능감을 뽐낼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지난 14일 정형돈이 당분간 함께 하지 못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장기 특집을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아직 정형돈이 촬영을 한 분량이 남아 있긴 해도 당장 14일 방송부터 빈자리는 느껴졌다. 이미 촬영을 끝낸 ‘무도 투어’ 특집을 정형돈 없이 대화를 하며 후일담을 전했기 때문.
사실 정형돈이 빠지면서 무엇보다 큰 직격탄을 맞은 것은 이 프로그램이다. ‘무한도전’은 출연자들간의 끈끈한 관계에서 비롯되는 캐릭터 쇼를 보는 재미가 있는데, 정형돈은 투덜거리면서도 친근한 조합을 만드는 데 선수였다. 특히 지난 11년간 방송되며 멤버들끼리 펼쳐놓는 농담에는 역사와 추억이 깃들 수밖에 없어 이미 프로그램을 떠난 전 멤버들의 이야기가 자주 소환되곤 한다.
정형돈이 건강을 회복하면 가장 먼저 찾을 프로그램이 ‘무한도전’이라는 것을 출연자도 제작진도, 그리고 시청자도 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한도전’과 정형돈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 물론 ‘무한도전’은 그동안 멤버 변화가 있을 때마다 기존 멤버들이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가며 웃음을 선사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제작진은 새 멤버 혹은 일회성 출연자들을 활용해 빈자리를 채웠고, 이번에도 정형돈 없이 충분한 재미를 꾸려가기 위해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새 멤버 광희에게는 정형돈이 돌아오기까지 좀 더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광희는 거침 없는 입담과 친화력으로 ‘무한도전’ 막내로서 활약 중. 다만 워낙 기존 멤버들의 존재감이 크기 때문에 새 멤버로서 상대적으로 부각이 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광희는 차근차근 자신의 입지를 키워가고 있는데, 정형돈의 잠정 하차로 변화를 맞은 이 프로그램이 새 판을 짜는데 있어서 광희의 존재감이 커질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광희는 최근 방송에서 유재석과의 재밌는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워낙 유재석이 어떤 출연자든 재치를 끌어올리고 캐릭터를 발굴하는데 능력을 갖고 있지만, 광희와의 티격태격 조합이 상당한 흥미를 자극한다. 재미를 위해 광희를 구박하고, 광희 역시 유재석에게 기죽지 않으며 농담을 받아치는 과정이 시청자들을 웃게 하는 요소다.
지난 14일 방송에서 광희의 어색한 연기에 잔소리를 쏟아내며 웃음을 만든 유재석, 그런 유재석의 ‘발연기’ 지적에도 꿋꿋하게 웃기는 광희의 입담은 잔잔했던 이날 방송의 웃음 지점이었다. 더불어 유재석의 광희를 부각시키기 위한 구박은 광희가 ‘무한도전’에서 막 구르며 재미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적응을 마쳤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휴식과 치료를 위해 잠시 프로그램을 떠난 정형돈. 변화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새로운 웃음 성장 동력을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무한도전’.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묵직한 무게감을 견뎌내고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오고 있는 광희. 앞으로 ‘무한도전’이 펼쳐놓을 새로운 그림이 걱정되기보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 건 이 프로그램과 출연자들이 갖고 있는 저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