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현주의 존재감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 1시간이었다. 그간 1인 3역에 가까운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며 극의 중심을 잡아주던 김현주의 부재는 큰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단 1회 만에 다시 눈을 뜨면서 향후 전개를 기대케 했지만, 그래도 김현주가 다시는 극 속에서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또 바라게 된다.
지난 14일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 22회에서 도해강(김현주 분)은 의문의 남자에게 피습을 당해 쓰러지고 말았다. 뒤늦게 백석(이규한 분)이 해강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상태인 해강은 수술 후에도 쉽게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그렇게 해강은 1회 동안 중환자실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이 때문에 22회 방송은 해강과 용기(김현주 분)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해강의 곁을 지키며 자책하는 백석과 해강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설리(박한별 분)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자아냈고, 진언은 설리를 통해 자신의 모친인 세희(나영희 분)가 치매에 걸렸음을 알게 돼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그간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의 무게중심을 잡아주고 있던 김현주의 부재는 큰 타격을 남겼다. 분명 해강을 제외한 모든 캐릭터들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는데도 시청자들이 느끼는 허전함은 상당했고, 극적 재미마저 반감됐다. 그만큼 김현주가 만들어낸 해강이라는 인물이 극 속에서 엄청난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반증이다. 게다가 시청자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해강과 진언의 애절한 로맨스가 잠시 사라지게 되자 아쉬움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주말 드라마답지 않은 속 시원한 전개가 ‘애인있어요’의 장점 아니었던가. 방송 끝나기 10분 전부터 또 다시 폭풍 전개가 시작됐다. 먼저 진언은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통해 해강이 자신의 전처가 확실함을 알게 됐다. 하지만 기쁜 마음도 잠시, 전날 밤 해강이 사고를 당했음을 알고는 병원으로 달려가 굳게 닫힌 중환자실의 문을 주먹으로 치면서 해강을 애타게 불렀다.
“나 돌아가고 싶어. 늦은 거 아는데 한번만 기회를 줘. 당신을 사랑할 수 있게. 나한테 다시 와라. 해강아”라는 진언의 가슴 저릿한 외침은 중환자실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이 소리에 반응한 듯, 해강은 눈물을 흘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 이 진언과 해강의 병원 장면은 고작 5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으며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김현주는 눈을 뜨는 장면 하나만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압도, 최상의 흡인력을 보여줬다. 실로 대단한 존재감이다.
또한 해강이 죽은 딸인 은솔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과 “눈 떠, 여보”라며 오열하는 진언의 모습이 함께 예고되면서 앞으로 김현주와 지진희가 보여줄 애절한 감정 연기 역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애인있어요’는 기억을 잃은 여자가 죽도록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와 절망의 끝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한 극과 극 쌍둥이 자매의 파란만장 인생 리셋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다. /parkjy@osen.co.kr
[사진] ‘애인있어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