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등장에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 혜리가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걸그룹 멤버임에도 거침없이 망가지며 웃음을 줬고, 첫사랑에 빠져 설렘도 전했다. 무엇보다 기대 이상으로 캐릭터를 잘 소화하면서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응답하라 1988'는 방송 직후 화제의 중심이 됐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매번 워낙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큰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듯 뚜껑을 연 '응답하라 1988'은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톡톡 튀는 캐릭터의 향연으로 재미를 줬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전매특허인 여자주인공의 남편 찾기 수수께끼가 더해지면서 특유의 맛을 살려냈다.
무엇보다 혜리의 성장이 눈부시다. 지난 2012년 드라마 '맛있는 인생'을 통해 연기를 시작한 혜리는 이후 종합편성채널 JTBC '선암여고 탐정단', SBS '하이드 지킬, 나' 등을 통해 꾸준히 연기에 도전했다. 하지만 혜리는 연기보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으로 예능의 이미지가 강했기에, '응답하라 1988' 캐스팅 소식이 전해진 후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혜리는 그런 걱정을 보기 좋은 반전으로 뒤집어 놨다. 언니와 동생에게 치이는 성덕선은 그럼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인물이다. 철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속 깊고, 발랄한 이 캐릭터가 사랑스러운 것은 혜리의 이미지와 매우 잘 맞기 때문이다. 예능감까지 잘 살려낸 성덕선 캐릭터는 혜리의 맞춤옷이었다. 신원호 PD는 이번에도 제대로 능력을 발휘한 것이다.
혜리는 망가짐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색찬란한 진한 화장을 하고, 얼굴을 찡그리며 울기도 하고, 걸스데이 무대에서와는 다르게 '춤꽝' 몸치로도 변했다. 성덕선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이 유쾌함을 '혜리식'으로 에너지 넘치게 풀어내고 있다.
혜리는 이제 우려를 기대로 바꿔 놨다. 유쾌한 에너지와 함께 선우(고경표 분) 혹은 정환(류준열 분)과의 첫사랑을 기대하게 만든다. 절친한 동네 친구로 등장하는 류준열, 고경표, 박보검, 이동휘와의 '케미'도 워낙 좋다. 성동일과의 부녀호흡 역시 정은지, 고아라 만큼 좋다. 이제 '응답하라 1988' 이후의 연기자 혜리가 더욱 기대된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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