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크나이트' 속 조커처럼, 깊은 인상을 주는 악당이 실종된 모양새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 '미션임파서블:로그네이션('미션임파서블5')', '007 스펙터' 등 영웅이 넘쳐나는 2015년 한 해였지만 그에 반해 영화 팬들의 뇌리 속에 남는 악당은 실종된 것.
올 초 개봉했던 '어벤져스2'에선 내로라 하는 히어로들이 울트론에 맞서 싸우는 모습이 그려졌다. 울트론은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가 만들어낸 로봇으로 인공지능을 지니며 어벤져스 멤버들과 싸우게 된다.
'어벤져스 최악의 상대를 만났다'라는 문구가 줄곧 이어졌지만 뚜껑을 연 울트론은 그만큼의 위엄을 드러내지 못한 채 허무한 죽음으로 최후를 맞이했다.
'미션임파서블5'의 악당 솔로몬 레인(숀 해리스 분) 역시 마찬가지. 솔로몬 레인은 해체 위기에 처한 IMF를 궁지에 몰아넣는 신디케이트 조직의 수장으로 에단 헌트(톰 크루즈 분)를 시종일관 위기체 빠뜨리는 인물로 출연한다.
'미션임파서블5' 역시 '시리즈 사상 최악의 위기'라는 문구가 등장하지만 솔로몬 레인 역시 최후는 허무하다. '미션임파서블5'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라곤 톰 크루즈의 원맨쇼에 가까운 액션과 레베카 퍼거슨의 활약 정도. 악당은 '오, 악당이네' 정도로만 그쳤다.
현재 '검은 사제들'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007 스펙터' 역시 동일하다. '007 스펙터'는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던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 분)가 스펙터라는 조직과 자신의 과거가 연결돼 있음을 알고 이를 추적하는 내용을 다룬 작품.
아직 개봉 중인 상태라 구체적인 내용은 다루지 않겠으나 '007 스펙터'가 흥행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건 어찌보면 악당의 임팩트가 너무나도 약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프 왈츠라는 명배우를 악역으로 내세웠으나 '007 스펙터'는 그가 맡은 악당의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쯤되니 제2의 '다크나이트' 조커는 결국 만나지 못하게 되는 것일지, 조바심이 앞선다. '다크나이트'가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건 우리들의 영웅, 배트맨의 활약도 있었지만 뭐니뭐니해도 일등공신은 악당, 조커(故히스 레저 분) 덕분이다.
얼굴만 봐도 소름 끼쳤던 조커는 배트맨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으며 역대급 악역의 탄생을 알렸다.
히어로 무비에서 악역이 중요한 건 긴장감을 위해서다. 악역의 임팩트가 강해야 그를 무찌르는 영웅의 임팩트가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최근의 히어로 무비에서 조커 만큼의 강한 인상을 남기는 악당을 찾아보기 힘들다. 영웅은 넘치는데 악당은 실종됐다. 언제쯤 조커같은 악당을 만나볼 수 있을까. / trio88@osen.co.kr
[사진] '다크나이트'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