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원은 스스로를 지극한 개인주의자라고 칭했다. 시작부터 남의 일에 관심이 없어 누군가에게 참견당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밝힌 그였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하지만 타인을 향한 무관심의 정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었고, 잇따라 드러나는 그의 무심함은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도 웃음을 만들어냈다.
16일 오후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는 한국 대표로 참여한 은지원과 일일 비정상대표 네덜란드의 샌더 룸머, G12가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나, 비정상인가요?”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개인주의 같다, 이기적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사회 초년생의 사연을 읽은 은지원은 “제 얘기”라며 격한 공감을 표했다. 이런 그에게는 10년을 함께 한 매니저가 있었다. 흔히 그 정도 세월을 함께한 사이라면 아무리 일로서 맺어진 관계라고 해도 꽤나 가까워졌을 법도 한데 은지원은 달랐다.
그가 매니저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오로지 이름과 전화번호, 이 두 가지뿐이었다. 매니저가 좋아하는 음식, 생일, 사는 동네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그는 심지어 “나이도 정확히 모른다. 저보다 어린 것만 안다”라고 덧붙여 모두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게다가 행여 매니저가 평소와 다르게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고 해도 딱히 그 이유를 묻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일을 하는 데에 있어 이런 사소한 관심이나 정보들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이상 뭘 더 알아야 하느냐”는 그의 말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상사, 동료, 부하 직원과의 관계에 신경 쓰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이런 은지원의 모습은 무심하게 비춰지기도 했다.
이어 그는 전현무와 함께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한 간단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전현무가 현재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제목을 묻는 질문에 은지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KBS”라고 답했고, 이는 당연히 오답이었다. 현재 전현무가 MBC에서 ‘굿모닝FM 전현무입니다’를 진행 중이라는 답을 들은 그는 “KBS 아나운서 아니냐”라고 물었고, 이에 전현무는 “프리 선언한 게 언젠데”라며 울컥해 했다. 이어 그가 “KBS 아나운서가 여기 어떻게 있냐”고 되묻자 은지원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은지원의 무심함이 빛을 발한 건 바로 기욤과 있었던 일련의 사건이었다. 앞서 전현무와 함께 했던 테스트는 G들 간의 관심도를 알아보기 위한 퀴즈로 이어졌고, 기욤은 성시경에게 ‘자신이 가장 잘생겼던 시절은 언제였을까’라는 문제를 냈다. 이에 성시경은 “프로게이머 시절”이라고 답했고, 은지원은 그 말에 기욤을 바라보며 “저 사람 기욤 패트리예요?”라고 화들짝 놀라 모두를 폭소케 했다.
여전히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해 지금도 홍진호와 함께 게임을 하기도 한다는 그가 뒤늦게 기욤을 알아본 것이었다. 이에 MC들은 “무관심의 갑(甲)”이라며 “녹화 시작한지 다섯 시간 지났다”라고 그의 무심함을 타박했다. 게다가 두 사람은 프로그램 초반 상식 퀴즈 대결을 함께 하며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바도 있었다. 은지원은 “그냥 이름만 같은 외국인 기욤인 줄 알았다. 얼굴이 변했다”라고 변명했고, “나 기욤 패트리 좋아했는데”라며 미처 그를 알아보지 못한 미안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렇듯 은지원은 방송 내내 시종일관 무심한 성격으로 큰 웃음을 자아냈다. 남과 필요 이상의 불필요한 관계를 맺지 않고 심플하게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는 부러운 모습이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때로 지나친 무심함은 중요한 만남의 순간을 놓치게 만들지도 모른다. ‘오지랖’과 ‘무심함’, 그 중간 어디쯤에 우리를 놓아보는 건 어떨까.
한편 ‘비정상회담’은 각국의 청년들이 모여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월요일 오후 10시 50분 방송. / nim0821@osen.co.kr
[사진] ‘비정상회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