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어서 없어지는 신승훈이 아닌, 닳아서 없어지는 신승훈이 되겠습니다.”
무려 데뷔 25주년을 맞았다. 성인 한 명의 나이만큼 노래해온 세월을 되짚어봄과 동시에 앞으로 노래할 날들을 떠올려본 신승훈은 녹슬지 않고 닳아서 없어지겠다는 말로 미래를 약속했다. 이에 25년을 신승훈과 함께 달려온 오랜 팬들, 그리고 그의 노래에서 ‘힐링’을 찾는 대중 역시 그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응원하겠다는 목소리를 전했다.
신승훈은 지난주에 이어 SBS 예능프로그램 ‘힐랭캠프 500’인에 메인 토커로 출연했다. 이날 신승훈은 관객들과 함께 1990년대를 회상했다. 객석에 앉은 500인은 자신의 추억이 서린 신승훈의 곡들을 신청했고, 그는 해당 노래가 나온 배경을 설명하며 무대를 꾸몄다.
신승훈은 라디오 방송에 나온 자신의 노래를 녹음해 들었다는 중년 부인을 위해서는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선물했고, 큰형을 잃은 슬픔을 회상하는 청년을 위해서는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이라는 곡을 불렀다. 그런가하면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는 여성 관객에게는 ‘해, 달, 별 그리고 우리’라는 달콤한 노래를 선사하기도 했다. 노래로서 희노애락을 선물하는 진정한 가수임을 인증한 순간이었다.
또한 신승훈의 오랜 팬임을 자처한 황치열이 깜짝 게스트로 등장했다. 신승훈을 보며 감격한 표정을 짓던 그는 “제가 9년 정도 무명이 있었는데, 선배님 노래로 경연무대에서 5연승을 했다. 최종우승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어 황치열은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이란 ‘노래가 1996년도에 나왔다. 어린 시절 방에 누워 그 노래를 들었다. 그 노래를 듣고 나서 울었다”고 말했다. 마침내 우상과도 같던 신승훈과 함께 무대를 꾸민 황치열은 방송 내내 함께하며 신승훈을 향한 팬심을 증명했다.
신승훈은 방송 내내 끝없는 자기자랑으로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황치열이 나중에 자기 목소리를 찾으면 대단할 거다. 나처럼”, “나는 1집, 2집, 3집 다 100만장이 넘었는데, 그 전 어떤 가수를 봐도 세 장 이상 잘된 경우가 없었다” 등 화려한 업적을 늘어놓은 것. 그럼에도 그가 얄밉지 않은 이유는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자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 말미에는 “90년대는 한 곡이 히트하면 몇 달씩 사람들과 함께 했다. 그래서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들으면 당시 추억을 함께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지금 같은 스트리밍 시대에는 하루 만에 노래가 버려진다. 먼 훗날 지금의 노래를 들어도 그게 언제 적 노래인지 모르게 될 것 같다. ‘응답하라 2015’ 같은 드라마는 안 나올지도 모른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화려했던 가요계를 함께 했던, 또 앞으로도 함께할 장본인으로서 생각을 밝힌 것.
이처럼 신승훈은 그저 대중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딴따라’가 아닌, 직접 곡을 쓰고 무대를 꾸미는 주인공으로서 25년을 걸어왔다. 또한 죽을 때까지 노래하겠다고 약속하며 가수라는 직업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런 신승훈이 약속한 미래를 그 누가 응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jsy901104@osen.co.kr
[사진] ‘힐링캠프’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