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박명수가 웃음 사망꾼이라는 한동안 꽤나 자신을 괴롭히면서 재미가 될 캐릭터를 만났다. 웃음을 줘야 하는 개그맨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웃음 사망꾼’ 캐릭터는 오히려 웃음 소재로 활용되면서 더 큰 재미를 선사하는 중이다.
박명수는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 출연한 이후 ‘웃음 사망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마리텔’은 스타들의 개인 방송을 다루는데, 박명수는 디제잉과 음악 작곡 과정을 보여줬다.
웃길 것이라는 네티즌의 기대와 달리 진지한 음악 창작을 내놓은 박명수의 방송은 네티즌의 독설이 가득했다. 재미 없다면서 ‘노잼’을 쏟아냈고, 박명수는 크게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다. 결국 생수를 벌컥벌컥 마시거나, 어이 없는 단어 잇기를 하며 방송을 이어갔다. 한 네티즌은 ‘웃음 사망꾼’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사실 박명수가 ‘마리텔’에서 큰 재미를 선사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디제잉 작업 자체는 재미 없었으나, 방송 20년을 훌쩍 넘은 그가 재미 없다는 네티즌의 지적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는 ‘무한도전’이 웃음 사망꾼 캐릭터로 상황극을 만든 이유이기도 했다.
‘무한도전’은 ‘마리텔’ 출연이 화제가 된 다음 주 박명수의 웃음 장례식을 치렀다. 웃음을 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웃음 장례식을 거행한 것. 더욱이 ‘마리텔’ 제작진이 함께 하며 상황극의 몰입도와 재미는 높아졌다. 웃음을 위해 ‘마리텔’ 제작진을 원망하고, 제작진 역시 박명수에게 두 번 다시 보지 말자고 독설을 하며 즐거움을 더했다.
‘무한도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극으로 개그맨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재미 없다는 지적을 도리어 기회로 살렸다. 웃음 사망꾼 자체가 웃기기 위한 캐릭터가 된 것. 물론 기분이 썩 좋을 수 없는 별명에 박명수가 시무룩한 모습을 보이고, ‘무한도전’ 멤버들 역시 일부러 위기로 몰고가는 그림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중이다. 위기가 아니라 웃음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원천이기에 박명수 역시 좀 더 발끈하며 ‘빅재미’를 형성하고 있다.
박명수는 17일 오전 방송된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이하 '라디오쇼')에서 멘트에 대해 "작가들이 '노잼'이라고 한다"는 가수 박원의 말에 "'노잼'이라고 하지 말라. 장난으로 하는 콘셉트인데 진짠 줄 안다"고 제 발이 저린 모습을 보였다. 이어 그는 또 한 번 "'노잼' 하지마라 콘셉트인데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면 나는 싫어"라고 덧붙여 박원과 이슬기 아나운서를 웃게 만들었다.
개그맨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든 웃길 수 있는 상황이나 단초는 중요하다. 박명수와 같이 인기를 오랫동안 끌고 있는 개그맨에게는 새로운 재미가 탄생하기 쉽지 않은데, 박명수는 때마다 ‘욕’을 먹으며 더 큰 웃음을 만들고 있다. 너무 솔직한 행동 탓에 때때로 태도 논란이나 재미 없다는 폭탄을 맞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웃음이 나오는 계기로 이어지고 있다. / jmpy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