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1월 극장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오컬트 장르의 영화 '검은 사제들'에 이어 범죄드라마 '내부자들', 시대극 '도리화가', 공감코미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가 줄줄이 개봉하는 것. 다양한 장르로 꽉 채운 극장 덕분에 관객들은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검은 사제들'은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소녀와 그 소녀를 구하기 위한 두 사제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비주류 장르인 엑소시즘 심령물을 다뤘지만, 핫스타 강동원과 연기파 김윤석 그리고 루키 박소담의 열연으로 그 어떤 주류 영화보다 뜨거운 인기를 구가 중이다. 특히 '검은 사제들'의 흥행 성적은 장르와 외부적 요건이 아닌 배우의 힘과 작품의 퀄리티만으로도 흥행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검은 사제들'의 흥행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이는 '내부자들'은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드라마다. 자신들의 밥그릇을 불리기 위해 결속한 언론, 정치, 경제 인사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에 검찰과 조폭 콤비가 반격하는 내용을 담는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만큼 화끈한 장면들로 긴장감을 선사하는 것과 동시에 적재적소에서 터트리는 코믹한 장면이 매력적이다. 영화가 끝나면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기억날 만큼 여성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하다.
'도리화가'는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꾸었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배수지 분)과 그녀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류승룡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1월 주요 개봉작 중 유일한 시대극이다. 진채선이 소리꾼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역경을 담아내며 마침내 소리꾼이 되었을 때 관객들에게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전망이다. '사극 불패 신화'를 달성 중인 류승룡과 판소리에 도전하는 배수지의 연기 호흡 역시 흥미를 이끄는 관람 포인트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는 취직만 하면 인생 풀릴 줄 알았던 수습 도라희(박보영 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상사 하재관(정재영 분)을 만나 겪게 되는 극한 분투를 그린 공감코미디로 2600만 직장인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연예부 기자의 일을 다루고 있지만 보편적인 웃음을 얻을 수 있는 건 정재영이 선보이는 포효에 가까운 '소리 지름' 덕분이다. 그는 박보영을 향해 소리를 지를 때마다 '빵빵' 터지는 장면을 선사한다. 특히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해 가볍게 볼 영화를 찾는 직장인에게 추천한다. / besodam@osen.co.kr
[사진] '내부자들', '검은 사제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도리화가' 포스터(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