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가 어쩔 수 없이 유아인의 새로운 여자 공승연이 등장했다. 유아인과 신세경의 사랑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는 안방극장에 ‘다 된 낭만 커플 로맨스에 공승연 뿌리기’가 될 뻔 했지만, 제작진은 시청자들을 달랠 강력한 무기를 준비했다. 유아인과 신세경의 현대극 못지않은 박력 넘치는 사랑 고백이 연적의 등장으로 잠시 짜증이 솟구칠 뻔 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달랬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지난 17일 13회와 14회 연속 방영을 했다. 하루 전 야구 중계로 결방된 후 드라마의 인기만큼이나 결방에 대한 원성이 컸던 이 드라마는 2회 연속 방영으로 결방의 아쉬움을 털었다.
2회를 몰아 보니 이방원(유아인 분)과 분이(신세경 분)의 로맨스가 끌어당기는 힘이 더 컸다. 이방원은 분이에 대한 애정을 고백했지만, 분이는 두차례나 거절했다. 신분의 차이와 오빠 땅새(변요한 분)와 절친했던 언니 연희(정유미 분)의 사랑이 비극적으로 끝난 것이 분이의 발목을 잡았다. 이 가운데 이방원은 건국이라는 대의를 위해 큰 권력을 쥐고 있는 집안의 민다경(공승연 분)과의 혼인을 자처했다. 이미 분이에게 거절당했던 터라 이방원의 혼사는 빠르게 전개됐다.
‘역사가 스포일러’라는 말처럼 이방원과 민다경의 혼인은 누구나 아는 전개였다. 다만 이방원이 대의를 위해 스스로 혼인을 선택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예상 밖이었다. 이방원과 민다경의 혼인을 건국의 과정으로 포함시킨 제작진의 이야기 장치는 드라마의 재미를 높였다. 동시에 이방원과 분이의 사랑을 바라는 시청자들을 달랠 당근도 등장했다.
바로 ‘로맨스 풍년’이었던 회차였다. 이 드라마가 조선 건국 과정을 역사와 가상을 오고 가며 펼쳐놓는데, 다양한 인물과 사건이 전개되다 보니 주인공의 로맨스에 치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제작진은 흡인력 높은 정치 갈등 속 때때로 두 사람의 간질간질한 사랑을 담으며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13회와 14회는 이방원의 원치 않은 혼인을 앞두고 분이와의 로맨스가 확 불타오르는 전개가 펼쳐지며 그동안 많지 않은 로맨스에도 설렜던 시청자들에게 꿀맛 같은 시간이 됐다.
이방원을 거절하던 분이가 화끈하게 사랑한다고 고백을 하고, 이방원 역시 흐뭇해 하면서도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청춘 멜로가 쏟아졌다. 이방원이 “나도 사랑해. 죽을 때까지 널 사랑할게”라고 고백하는 장면은 이날의 명장면이었다. 풋풋하면서도 저돌적인 사랑 고백은 그동안의 엇갈리는 두 사람의 사랑 확인을 바라던 시청자들의 속을 뻥 뚫어줬다. 동시에 민다경이라는 이야기 전개상,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등장할 수밖에 없는 갈등 장치를 상쇄시키는 달달한 로맨스이기도 했다.
‘육룡이 나르샤’ 집필을 맡고 있는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민다경 뿌리기’와 ‘로맨스 투척’을 두고 시청자들과 흥미로운 밀고 당기기를 했다. 드라마의 전개상 필요한 분노 유발 장치를 확 잊게 하는 ‘로맨스 풍년’으로 앞으로 간혹 안타까운 로맨스가 펼쳐지더라도 달달한 선물이 곧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참고 기다리게 만들었다. 로맨스와 정치라는 공존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가며 재밌는 사극을 만들어온 작가진의 필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
한편 ‘육룡이 나르샤’는 첫 방송 이후 유아인, 김명민, 신세경, 천호진, 윤균상, 전노민, 최종원, 박혁권 등 배우들의 열연과 재밌는 이야기로 안방극장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 이방원과 분이를 연기하는 유아인과 신세경은 사극 로맨스가 애틋하면서도 답답한 요소가 있다는 편견을 깼다. 박력 넘치는 이들의 사랑 표현법은 ‘낭만 커플’이라는 별명이 붙으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jmpyo@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