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이다'는 표현은 익숙하다.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마다 흡사 약속한 듯한 관용어구처럼 사용되는 소개 문구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 Mnet '슈퍼스타K'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대중은 서인국, 허각, 존박, 버스커버스커, 울랄라세션, 로이킴 등을 떠올리며 '혹시 이번에는?'이라는 기대심을 한 번 쯤 품어보는 것도 사실이다.
'슈퍼스타K'의 7년을 돌이켜보자보면, 지난 2013년 방송됐던 시즌5야말로 최악의 암흑기로 꼽을만 했다. 당시 우승자는 박재정. 여전히 대중에게 낯선 이름이다. 시즌 평균 시청률 4.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Mnet+KM합산)로 역대 최저 수치뿐 아니라, 유례없는 시청률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며 파이널 무대가 2%안팎으로 마무리됐던 시즌이었다.
다행히도 우려 속에 시작된 시즌6는 곽진언(우승), 김필(준우승), 임도혁(톱3)이 합을 맞췄던 유닛 벗님들의 '당신만이'들이 등장한 이후 적잖은 관심이 쏠리며 사실상 '슈퍼스타K'의 부활의 전조를 내비쳤다. '그래도 아직 볼만한 프로'라는 인식도 다시 싹튼 것도 이때즈음이다.
그렇게 다시 회복세를 탔던 시즌7은 Mnet과 '슈퍼스타K'에 있어서는 분명 중요한 시기였다. 6년 만에 심사위원직을 떠난 이승철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초반 분위기는 예상외로 좋았다. 기대 이상의 실력파들이 속속 등장했고, 기대감을 품게 만들었다. 비주얼도 실력도, 참가자간 '케미'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벗님들'처럼 기대했던 '한방'이 당최 나오질 않았다.
기다림에 지칠 때쯤 보여준 슈퍼위크와 첫 생방송 무대는 그 동안의 기대를 저버릴 정도로 실망을 안겼다. 시즌7의 시청자가 서서히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그래도 생방송에서 곱씹을 만한 무대가 있길 기대하며, 충성도 높은 일부 시청자들은 '슈퍼스타K7'의 생방송을 챙겨봤다. 그러다 어느덧 파이널 무대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시즌제 프로그램의 특성상 인기의 굴곡은 당연하다. 그 요인이 참가자들의 실력 미달일수도, 경쟁 프로의 약진일수도, 프로그램 진정성과 정체성의 훼손일 수도, 혹은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뒤엉켜서 만들어진 결과물일 수도 있다.
이번 '슈퍼스타K7'의 경우는 복합적이다. 실력면에서는 분명 흠잡을데 없으나, 앞서 두각을 보였던 시즌별 우승·준우승자처럼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나 스타성이 부재다. 또 '복면가왕', '너의 목소리가 들려', '쇼미더머니' 등 다양한 음악 예능, 서바이벌 등이 시청자의 눈을 분산시킨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 중에서도 단연 최악은 결승 무대를 수일 남겨두고 등장한 탈락자 신예영의 '폭로성' 주장글로 생겨난 끔찍한 생채기다. 시간적인 여유조차 없어 여전히 그 진실공방이 현재 진행형인 상태에서 치러지는 '슈퍼스타K7'은 의지와 상관없이 불명예스러운 멍에를 짊어지게 됐다.
하물며 신예영의 언급 속에 등장한 천단비가 현재 우승 무대를 필사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만큼, 그 부담감이 행여 참가자에게까지 미칠까 염려되는 부분도 있다.(물론 공식적으로는 참가자들이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되는 만큼 이를 당사자가 명확히 알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제는 딱 하루 남았다. 오는 19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경합을 벌이는 천단비 vs 케빈오의 '슈퍼스타K7' 파이널 무대가 바로 그 것. 시즌 최초로 결승전에 진출한 여성 참가자, 오랜 코러스로 갈고 닦은 안정적인 보컬 천단비와 편곡·기타·중점음의 3박자를 갖추며 완성형 뮤지션으로 호평받는 케빈오의 대결이다.
적잖은 무관심과 혹평, 갑작스럽게 등장한 신예영의 폭로 파문, 게다가 파이널에서 최고의 무대를 꾸며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모두 떠안고 경합을 벌여야 하는 이들 2인과 이들의 무대를 그 어떤 때보다 돋보이게 연출해야 하는 제작진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스타K'라는 브랜드의 명맥을 위해, 기대반 우려반 속에 불투명한 시즌8의 존재를 위해, 앞서 그곳을 거쳐갔고 앞으로 거쳐갈 수많은 무명 뮤지션들의 희망을 위해, 19일 파이널 무대에서 누군가는 '기적'을 노래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여전히 유효하다. / gato@osen.co.kr
[사진] '슈퍼스타K7' 방송화면 캡처, Mne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