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아들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 동생을 향한 오빠의 애틋한 마음, 자신의 말만 믿고 따르다 목숨을 잃은 아이들을 향한 절규 등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속 인물들은 저마다 가슴 절절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와 속 시원한 전개, 몰입도 높이는 영상 등과 맞물려 더욱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지난 17일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 13회, 14회에서는 이방원(유아인 분)과 분이(신세경 분)의 로맨스가 중심이 된 가운데 육룡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일 것을 예고해 긴장감을 높였다. 이 중 눈길을 끈 것은 각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 안에는 모두 가족을 비롯해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이성계(천호진 분)는 아들 이방원(유아인 분) 앞에 떳떳하고 당당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홍인방(전노민 분)과의 연합을 깼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정도전(김명민 분)은 ‘이제 조금씩 내가 만들려는 나라의 왕 이성계를 알 것 같다’고 하면서 자신의 고달픈 삶을 예견했다. 이방원과 분이 역시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어려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여의고 오빠 땅새(변요한 분)마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분이는 자신에게 가족은 사치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방원은 이런 분이에게 가족 혹은 연인이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에 계속해서 자신의 사랑을 고백했다.
어린 시절 소중한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에 죽으려고까지 했던 땅새는 연희(정유미 분)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누구보다 바랐다. 이에 연희의 자비 없는 일갈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연희의 마음을 돌리려 애를 썼다. 그러던 중 연희에게서 분이가 정도전의 일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그 길로 분이를 만나러 간 땅새는 정도전에게 분이와 연희를 더 이상 희생하게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정도전은 “네가 무언가 지키지 못했듯 나도 지키지 못했었다”며 “그 아이들을 못 지킨 건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난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그 자들에 대해, 그 세상에 대해 책임을 묻고자 한다. 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으로 갚아야 하는 법”이라고 자신의 뜻을 전했다. 이 같은 정도전의 말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에 대한 일침과도 같아 더 큰 울림을 전했다.
이들 외에도 무휼(윤균상 분)은 입신양명을 해 식솔들을 챙기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고, 어린 시절 모진 일을 겪었던 연희 역시 어린 아이와 여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꿨다. 이들은 홍인방, 길태미(박혁권 분) 등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부와 명예만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목숨을 쥐고 흔드는 것과는 달리 온전히 힘없는 약자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힘을 기르고 애를 썼다. 그리고 이는 곧 썩은 고려를 뒤집고 새로운 나라, 신조선을 만드는 기반이 됐다.
‘육룡이 나르샤’는 각 인물들이 가진 사연 하나하나에 주목했고, 이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그리고 이 캐릭터들은 배우들의 호연을 통해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매회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 향연과 극적 갈등을 위해 일부러 극을 꼬는 일 없이 속 시원하게 전개되는 스토리 구조, 화려한 영상미 등은 ‘육룡이 나르샤’를 손꼽아 기다리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위기에 빠진 정도전을 중심으로 육룡이 모이게 될 것을 예고한 ‘육룡이 나르샤’는 앞으로 얼마나 더 진화된 팩션 사극의 묘미를 보여주게 될지 기대가 더해진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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