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 변요한의 열연에 살벌한 기운까지 느껴진다. 낮에는 강창사로 밤에는 까치독사로 살 수밖에 없는 고려 청년의 얼굴은 변요한을 통해 완성됐다. 가질 것 없이도 잃을 것은 있고, 나아가려 해도 나아가지지 않는 난세 속 청년의 서글픈 얼굴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지난 17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13회, 14회에서 땅새(변요한분)는 과거 사랑했던 연희(정유미 분)가 새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이중첩자 노릇을 하고 있음을 알고 난세라는 현실에 또 한번 좌절했고, 지난 과거를 후회했다. 동생 분이(신세경 분)가 살아있음을 알았지만 동생 역시 새 나라를 꿈꾸고 있었고, 이보다 평범한 삶이 안전한 삶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들을 지켜내려 했다. 새 나라라는 꿈을 저버리고 고려의 난세 속에서 난세를 외면하고 살고자 하는 것이었다.
새 나라를 꿈꾸고 이를 실현하려 노력해도 난세는 나아지지 않고 악화됐기에, 새 나라라는 것은 꿈에 불과했고 새 나라가 온다 해도 이들은 잊혀지고 또 새 세력이 난세를 만들 것이라 여겼기에 새 나라라는 꿈을 포기했던 것. 이는 난세라는 현실을 몸소 겪은 고려 청년의 모습이었고, 이는 슬픔과 좌절, 한을 담은 백성의 얼굴이기도 했다.
그렇다 한들 뭐가 달라지겠는가. 얼마나 더 피를 보아야 하는가. 되묻고 또 물어도 답 없는 현실에 청년은 이를 외면하려 했다. 그 청년의 얼굴은 변요한을 통해 완성됐다. 연희를 위험에서 구하려 설득하고 동생 분이(신세경 분)를 꿈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정도전(김명민 분)을 죽이려다 결국 고개를 숙인 그의 얼굴에는 현실을 외면하는 청년의 ‘서글픔’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극 말미, 정도전을 해하려는 자객의 기운을 느끼고 “살기가 자욱하다”라 말한 땅새의 모습처럼 고려 청년의 처절한 삶이 느껴지는 얼굴을 완벽히 그려낸 변요한의 연기에서 역시 시청자들은 살벌한 기운을 함께 느꼈다.
백성의 입장에서 이들을 대변하는 땅새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파고들며 마음을 애잔하게 만들었다. 고려 난세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든 그의 말들이 앞으로의 조선 건국에 어떤 영향을 더할지, 그가 위기에 처한 정도전을 구하고 육룡을 완성할 수 있을지 흥미진진한 전개 속 이방지의 활약에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