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에 도전하려면 이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는가.
문정희는 지난 18일 오후 첫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달콤살벌 패밀리'(극본 손근주, 김지은 연출 강대선)에서 철저하게 망가지는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달콤살벌 패밀리'는 집밖에선 폼 나는 조직 보스지만, 집안에서는 와이프 잔소리와 두 아이들 무시에 찬밥 신세인 서열 4위, 대한민국 고달픈 가장의 대표 얼굴, 두 얼굴의 남자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처절한 사투를 '웃프게' 그린 휴먼코미디. 문정희는 극 중 윤태수(정준호 분)의 아내 김은옥 역을 맡았다.
무엇보다 '달콤살벌 패밀리'가 주목을 받는 건 문정희의 코믹 연기 도전이기 때문.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등 휴먼 코미디 장르에 출연한 적은 있으나 이렇듯 본격 코믹 연기 도전은 이번이 거의 처음인 셈이다.
영화 '숨바꼭질'에선 얼굴만 봐도 소름 돋는 사이코패스 역으로, MBC 드라마 '마마'에선 눈물 쏙 빼는 연기를 선보였던 문정희는 '달콤살벌 패밀리'를 맞아 이제껏 본 적 없는 몸개그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본인 말처럼 이렇게 망가져도 되나 싶을 정도.
이는 이날 방송에서부터 제대로 느껴졌다. 문정희는 김은옥으로 분해 철저하게 망가지며 첫 회 웃음을 책임졌다. 남편 윤태수가 모시고 있는 회장, 백만보(김응수 분) 칠순잔치에 함께 한 은옥은 오버스러울 정도의 한복과 화장으로 등장부터 웃음을 자아냈다. 우아하거나 혹은 현실감 있는 모습을 줄곧 보여왔던 그가 이처럼 과장된 모습을 보인 것 자체가 웃음 포인트.
뿐만 아니라 그는 칠순잔치 축하무대에서도 오버스러운 몸개그로 보는 이들을 폭소케 했다. 노래에 맞춰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퍼포먼스, 그리고 몸을 아끼지 않는 코믹 몸짓(?)으로 칠순잔치의 하이라이트로 등극했다.
딸이 다니는 학교에 불려갔을 때도 문정희의 코믹은 빛을 발했다. 학교폭력 처벌위원회 가해자 부모로 학교를 찾은 은옥은 피해자 학부모가 자신의 딸을 욕하자 발끈, 곱디 고운 한복을 걷어올리고는 "밤길 조심해라"는 으름장으로 웃음을 유발했다.
"눈물을 흘리는 것보다 웃음을 찾는 것이 더 어렵더라"며 코믹 연기 도전 소감을 밝힌 문정희의 걱정은 기우였다. 그리고 코믹 연기 도전의 가장 좋은 표본을 보여주기도 했다. 어설픈 망가짐은 오히려 독이 되는 법. 기존의 이미지를 온전히 내려놓고 은옥에 몰입한 문정희의 모습은 앞으로 '달콤살벌 패밀리'를 통해 보여질 그의 모습을 더욱 기대케 했다.
한편 '달콤살벌 패밀리'는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 trio88@osen.co.kr
[사진] '달콤살벌 패밀리'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