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차 여배우 문근영의 저력은 실로 놀라웠다. 완벽한 캐릭터 분석으로 이뤄진 적절한 연기 톤과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흡인력이 웰메이드 드라마라 손꼽히고 있는 ‘마을’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고 있다.
문근영은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에서 언니 김혜진(장희진 분)의 가족을 찾기 위해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는 한소윤 역을 맡아 열연중이다.
“누군가 나를 부른 것 같아”라는 말과 함께 아치아라로 입성을 한 한소윤은 운명처럼 암매장된 사체를 발견했고, 곧 이 사체가 김혜진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한소윤은 여러 가지 정황으로 김혜진이 죽은 줄 알았던 자신의 언니 한소정과 같은 인물임을 알고 애틋한 가족애를 느꼈다.
또 김혜진이 이 마을에서 자신의 혈육을 찾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자신 또한 그 가족을 찾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야만 언니가 왜 죽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이 김혜진과 관련해 숨기고 있는 놀랍고 끔찍한 비밀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을’은 매회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을 곳곳에 배치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 여기에 출연 배우들 모두 출중한 연기력을 뽐내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어 극의 흡인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제작발표회에서 이용석 PD가 했던 “우리 드라마엔 3가지가 없다. 러브라인이 없고, 연기 못하는 배우가 없으며, 쪽대본이 없다”는 말은 지금까지 아주 완벽하게 지켜지고 있다.
현재 12회까지 방송이 된 가운데 관계자들에게 전달된 대본은 14부. ‘마을’은 방송 전에 이미 13부까지 초고가 나왔던 상태로,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아주 적당량의 대본만 공개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결말이 다 그려져 있기 때문에 촬영 역시 아주 원활하다. 생방 촬영이 이제는 일반적이라고 생각되는 드라마 촬영 현장이 이렇게 여유로울 수가 없다고. 이 덕분에 배우들은 대본 분석이나 캐릭터 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고, 스태프들 역시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극의 중심에 있는 문근영은 자신보다는 사건이 더 부각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무려 17년차의 경력을 가진 배우이지만, 늘 한소윤의 시각에서 분석한 각종 정보가 적힌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고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문근영의 이 같은 노력은 매회 ‘마을’을 더욱 빛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소윤은 자신의 언니와 연관이 된 일이기 때문에 함께 사건을 추리하는 우재(육성재 분)와는 다른 감정 느끼고 있다. 이에 문근영은 두려움, 긴장, 분노 등 소윤이 마을 안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표정과 목소리로 전달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 18일 방송된 ‘마을’ 12회에서는 문근영의 디테일한 감정 연기를 새삼 느낄 수 있게 하는 장면이 여럿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가씨를 향한 두려움 가득한 눈빛이나 가영(이열음 분)이 하루 빨리 치료를 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간절한 모습 등 문근영은 회를 거듭할수록 섬세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연기력을 보여주며 스스로의 진가를 재확인시켰다. 이제 종영까지 4회만을 남겨 놓고 더욱 더 충격적인 진실을 보여주고 있는 ‘마을’에서 문근영은 또 어떤 활약을 펼쳐낼지, 이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parkjy@osen.co.kr
[사진] ‘마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