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혜리(걸스데이)의 '코'가 관심 집중이다. 간혹 놀림을 받고 있는 큰 코인데 이 마저도 사랑스럽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의 주인공 성덕선 역 혜리는 극 중 외모가 뛰어난 캐릭터는 아니다. 물론 훈남 절친들이 "덕선이 요즘 귀엽지 않냐?"란 말을 하고 스스로 '이미연'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외모로 승부를 거는 인물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클로즈업 된 혜리에게서 발견되는 얼굴의 새로운 부분은 코다. 극 중 덕선의 언니 성보라(류혜영)가 덕선에게 "너는 뭐 예쁘냐. 코는 남산만 해가지고"라는 대사가 있듯 큰 코가 덕선의 비주얼 포인트이기도 하다.
사실 실제로 혜리는 자신의 코에 대한 불만을 이전 방송에서 드러내기도 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걸스데이의 어느 멋진 날'에서 혜리는 차량을 타고 이동 하던 중 카메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다가 "난 왜 이렇게 못생겼을까? 코가 너무 커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걸스데이 동료 유라, 소진, 민아는 "네 코 원래 컸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실제로 '응답하라 1988'을 본 사람들 중에는 혜리가 코 분장을 한 것이냐는 질문을 한 사람이 있었다고 전하기도.
무대에 서는 가수보다 클로즈업이 더 세밀하게 포착되는 배우는 그 만큼 비주얼적으로 완벽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래서 가수들이 본격 배우를 시작하며 얼굴을 '다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혜리는 오히려 역발상으로 통한 케이스라고도 할 수 있겠다. 본인은 약점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오히려 대중에게 스스럼없이 노출시킴으로써 '그래도 예쁘다'란 긍정적인 반응을 되돌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모습이 '배우' 혜리를 더욱 단단하게 해 주고 있기도 하다. ''코봉이'면 어때. 덕선과 혜리 일체인데' 등의 반응에서 연기자 혜리에 대한 대중의 만족감과 흐뭇함을 엿볼 수 있다.
사실 제작 단계와 방송 전에는 혜리가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사실에 우려와 기대가 공존했는데, 지금은 기대에 훨씬 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혜리는 이 드라마에서 사실 기술적인 연기라기 보다는 날 것에 가까운 생생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점은 큰 인기요인인데, 혜리의 코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연기 연습은 따로 강사를 두거나 훈련을 받는 방식이 아니, 제작진과의 소통을 통해 체득하고 있다는 전언. 혜리 측 관계자는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에게 개인 레슨 식으로 연기 지도를 받고 있다. 연출가하고 작가한테 의지하는 부분이 크다"라고 전했다. 좋은 연출로부터 좋은 배우가 나온다는 말의 의미도 다시금 깨닫게 한다.
한편 '응팔'의 극은 이제 막 사랑에 눈을 뜬 혜리를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 고경표가 혜리의 남편으로 이어질지, 단순히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남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더불어 류준열까지 가세, 불타는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첫사랑이 푸릇푸릇하게 시작됐다. 그리고 이는 가족극이란 큰 그림 안에서 그려지고 있다. / nyc@osen.co.kr
[사진] '응답하라 1988' 캡처,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