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에서 알츠하이머에 걸린 남녀 주인공을 자주 만나곤 한다.
'천 년 만 년 행복하게 살았드래요'라는 행복한 서사구조로 끝나기를 바라지만, 둘 중 한 명이 어느 날 갑자기 기억을 잃는다는 설정은 참으로 안타깝고 슬프다. 시청자들의 눈물 콧물을 쏙 뽑아내려는 작가의 심술(?)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알츠하이머라는 소재를 극에 끌어오는 것은 너무도 뻔해서 진부하지만 시청자와 관객들을 끌어모으는 데 매력적인 소재인 것은 분명하다. '결국 또 죽는거야?'라는 불만과 원망이 쌓인다는 리스크를 각오하고서라도, 성공할 확률이 낮지만, 한 번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04년 배우 정우성, 손예진이 주연을 맡은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감독 이재한)는 성공적이었다. 여주인공 수진(손예진 분)은 편의점에서 구매한 음료수를 놓고 나올 정도로 건망증이 심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알츠하이머라는 진단을 받게 됐고,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기억을 점점 잃어갔다. 결국 남편(정우성 분)을 처음 본 사람처럼 대해 충격을 안겼다. 슬픔에 빠진 두 사람의 모습은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알츠하이머는 기억을 잃어도 과연 사랑하는 연인은 기억하지 않을까라는 대전제를 깔고 들어간다. 아름다운 배경으로 비주얼을 갖춘 배우들의 순애보를 통해 시청자들의 눈물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지난 2011년 방송된 SBS드라마 '천일의 약속'도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와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현재 방송중인 tvN 금토드라마 '풍선껌'에서도 박리환(이동욱 분)의 엄마(배종옥 분)가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아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안긴다.
또 내년 3월 방송될 드라마 '기억'은 알츠하이머를 선고받은 로펌 변호사 박태석이 남은 인생을 걸고 펼치는 마지막 변론기이자,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끝내 지키고 싶은 삶의 소중한 가치와 가족애를 그릴 예정이다.. 세월이 흘러도 알츠하이머가 여전히 사랑받는 소재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드라마평론가 공희정은 OSEN에 "알츠하이머의 소재를 사용하며 줄거리를 잡아내기 유용하다. 그 병이 주는 것들이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다양한 요소로 배치가 될 수 있다"며 "알츠하이머는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에 처해있다보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예측할 수 없는 병이기 때문에 아무리 나와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소재다. '나도 걸릴지도 몰라'라는 공포를 갖고 이야기를 쫓아가게 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영화 포스터·tvN·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