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칠기삼(運七技三). 운이 칠, 재주가 삼이라는 뜻으로 어떤 일의 성패는 운에 달려있는 것이지 노력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패션지 더 모스트 부편집장 지성준을 연기한 배우 박서준이 ‘대세배우’라는 수식어에 조심스럽게 밝힌 생각이었다.
그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예뻤다’로 인해 대세배우로 급성장했다는 칭찬에 “운칠기삼이라고 운이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며 쑥스럽게 웃어 보였다.
그러나 그와 이야기를 조금만 나눠보면 결코 운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어느덧 연기자의 삶을 산지 10년차. 데뷔 4년 만에 첫 지상파 주연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박서준은 “시청률과 같은 반응과 평가는 겸허히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며 “좋으면 좋은 거고 아니면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거다. 어떤 경우에도 난 최선을 다 해야 하는 거다”고 말했다.
그의 노력은 한여름에도 코트를 입게 했다. 주로 드라마에서 목폴라와 코트를 입고 등장했는데, 촬영은 한여름부터 시작됐다. 그는 “어떤 역할을 맡아도 의상이랑 헤어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성준은 잡지사 부편집장이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사람이다. 트렌디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초반부터 남들보다 옷을 두껍게 입었다. 한여름에 촬영을 시작해서 땀 때문에 고생하긴 했지만. 학교 다닐 때도 하복 입다가 동복 빨리 입는 애들이 있지 않냐. 트렌드 주도하는 사람은 좀 빨라야한다”고 설명했다.
캐릭터마다 케미스트리(조합)가 빛난 것은 박서준의 보이지 않는 배려 덕분이기도 하다. 극 중 연적인 김신혁 역의 최시원(슈퍼주니어)과 실제로 미묘한 경쟁심리가 있었을 법도 하지만, 박서준과 최시원에게 이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그는 “연기는 절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작품 외적으로도 친해야 한다”며 “만약에 서로를 견제한다면 내가 아이디어가 있어서 뭘 하나 던져도 상대방 리액션을 받을 수 없다. 나 혼자 살려고 한다면 나도 죽고 상대방도 죽는 거다”고 오래된 연기관을 밝혔다.
덕분에 최근에는 ‘케미왕’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두 번이나 호흡을 맞춘 김혜진 역의 황정음은 물론 편집장 김라라 역의 황석정, 민하리 역의 고준희, 최시원까지 붙기만 하면 스파크가 튀는 케미가 돋보였기 때문. 박서준은 ‘케미’를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제가 외모적으로도 상대배우를 살려주는 역할을 하지 않나 생각한다”는 다소 망언과 함께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맞춰주는 게 더 편하다. ‘나 잘나오겠다’고 카메라 앵글 같은 걸 신경 쓰기보다는 연기에 더 신경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초반 김혜진을 몰아붙이는 지성준 캐릭터는 여성 시청자들을 다소 슬프게 만들었지만 이 뒤에는 치열한 캐릭터 분석이 있었다. 박서준은 “일단 대사가 세서 이 정도 수위로 하는 게 맞을지 고민이 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초반에 캐릭터가 세게 자리를 잡아야 그 다음 첫사랑에 순종적인 모습을 보여줬을 때 갭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담고 싶었던 부분이 잘 표현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성준이 초반 독설을 내뱉고 소리를 지르면서도 미묘한 떨림을 포착했다면 박서준이 표현하고자 했던 바를 100% 알아낸 것이다. 그는 “성준이가 뭐 때문에 이렇게 됐는지는 대본에 표현돼 있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제가 상상하고 가져가야 할 부분이었다”며 “원래 소리 지르는 애가 아니니까 소리 지르면서도 본인의 모습에 어색함을 담고 싶었다. 그렇게 해야만 일관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악역이어서 단순하게 독설만 하면 오히려 편했을 것 같은데 그 와중에서 어색함을 담고 싶었기 때문에 어려웠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여러 노력이 합쳐졌기 때문에 지성준이라는 캐릭터는 여심을 싹쓸이했고, 박서준은 대세배우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앞으로의 연기 인생에 대해 박서준은 “지금부터 시작이다”며 “18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는데 중간에 그만두지 않은 저에게 고맙다고 생각한다.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