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된 선택을 공표했던 때부터 계속된 논란이 결국 파행을 낳았다. 52년의 역사를 가진 시상식은 스스로 제 권위를 깎아먹으며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다.
제52회 대종상 영화제는 시상식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수상 후보 명단에 오른 후보자 전원이 불참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빨간 불이 켜졌다.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유아인과 하정우는 각각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촬영과 일정 때문에 불참 의사를 전했고 손현주도 참석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우주연상 후보인 김윤진과 한효주, 엄정화도 불참 의사를 밝혔으며 김혜수는 드라마 촬영으로 참석이 어려운 상황. 이외에도 황정민, 전지현 등도 대종상영화제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기상 후보도 마찬가지다. 김수현과 공효진은 대종상영화제 홈페이지에서 진행되는 온라인 투표에서 79.19%, 73.56%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인기상 수상이 유력하지만 소속사 측에서 스케줄로 참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는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는 게 중론이다. 제52회 대종상 영화제 측이 지난달 14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함께 하는 영화제인데 대리 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주기로 결정했다"라며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은 배우들에게는 상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시상식의 공정성과 권위를 한 번에 떨어트리는 발언이었다.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받아야 할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트로피를 받는다면 어느 누가 대종상의 공정성을 믿겠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출석상 논란이 사그라들기도 전에 유료 투표로 대종상은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종상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인기상 투표를 일부 유료료 전환해놨다. 인기투표에 참여하기 위해선 우선 대종상 영화제 인기투표 어플을 설치, 회원 가입 후 인기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사실상 유료 투표로, 돈을 낸 사람만이 인기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성에 흠집을 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대종상 영화제는 중국 배우 수상과 관련해 계속해 입장을 번복하며 또 한 번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앞서 영화제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중화권 배우 고원원과 순홍레이가 해외부문 남녀주연상 여우주연상 수상을 위해 영화제를 찾는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들은 아직 후보이며 수상 결과는 미정이다"라고 바뀐 입장을 표명했다. 또 그 다음날에는 다시 보도자료를 배포, 다시 "고원원과 순홍레이가 해외부문 남녀주연상 수상을 확정했다"라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14일부터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이 열리는 20일까지. 약 38일간 계속된 논란은 겉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고, 이날의 파행을 낳았다. 애초 배우들의 시상식 불참 이유를 시상식의 공정성과 권위 부족에서 찾지 않고, 되려 상을 무기로 '주느냐 마느냐'식의 '갑질'을 한 것이 문제였다. 과연 제52회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까? 위태로운 이날이 대한민국 영화계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궁금증을 낳는다.
한편 제52회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은 이날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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