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별세' 김혜정, 진짜 별이 된 60년대 우리의 로망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5.11.20 09: 25

 한국 영화계의 큰 별이 떨어졌다. ‘수사반장’의 고(故) 김상순(향년 78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았건만, 김혜정(향년 73세)의 사망 소식으로 영화팬들은 다시 한 번 충격에 빠졌다. 예기치 못한 사고 소식이라 더욱 그랬다.
김혜정은 1958년 영화 ‘봄은 다시 오려나’를 통해 데뷔해 서구적인 얼굴과 글래머러스한 몸매로 ‘육체파’ 여배우로 우뚝 섰다. 이후 ‘아까시아 꽃잎 필 때’(감독 조긍하, 1962), ‘아내는 고백한다’(감독 유현목, 1964), ‘나도 인간이 되련다’(감독 유현목, 1969) 등 무려 200여 편의 영화를 남긴 채 1969년에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그가 남긴 200여 편의 영화는 생전 갖고 있던 연기에 대한 열정을 말해준다. 현재 소처럼 일한다는 여느 배우를 들이대도 김혜정에게는 비할 것이 못 됐다. 그가 출연한 영화는 1년에 10편이 넘게 개봉하기도 했다. 수많은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는 동시에 배우 자신도 연기를 사랑하지 않으면 이뤄낼 수 없는 성과였다.

김혜정은 단순히 다작하던 당대 인기 스타인 것만이 아니었다. 그는 현재 내로라하는 몸매를 소유한 글래머 여배우들의 원조 격이다. 글래머러스함을 매력 중 하나로 내세울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육체파’ 여배우라는 표현도 김혜정에게만 붙을 수 있는 말이었던 것처럼 60년대 독보적인 색깔을 가진 몇 안 되는 배우였다. 그야말로 당대 최고로 꼽히는 남성들의 로망의 대상이었고, 여성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누구보다 작품에 열중하던 김혜정의 연기자 생활은 11년으로 다소 짧게 마무리됐다. 그래서 돌연 은퇴를 선언할 당시 영화팬들은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워했다. 짧고 굵게 한국 영화계에 한 획을 긋고 떠난 이후 김혜정의 모습은 다시 볼 수 없었기에 더욱 애틋해져만 갔다.
그랬던 그가 은퇴를 선언하고 46년이 지난 지금 예기치 못한 사고로 사망한 것은 더욱 비통하게 다가온다. 지난 19일 오전 4시 30분께 횡단보도를 건너다 택시에 부딪혀 현장에서 생을 달리한 것. 그를 언젠가 한 번 볼 수 있는 날이 이제는 영영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가슴에 사무치도록 슬픔을 자아낸다.
앞으로 우리는 김혜정을 영원히 60년대 가장 아름다웠던 청춘의 모습 그대로 기억할 것이다.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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