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회 대종상 영화제가 사상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과 영화인들의 축제가 돼야 할 시상식에 많은 수상 후보들이 불참 소식을 알리며 국내 3대 영화상의 권위가 나락으로 떨어진 것. 이는 당초 "대리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주기로 결정했다"는 무리한 방침을 내세우고, 시상식 2주 전에서야 섭외에 들어가는 등 주최 측의 허술한 진행이 빚어낸 촌극이다.
◆ 대리수상 폐지? "참석 안 하면 상도 못줘"
제52회 대종상 영화제의 파행은 지난달 14일 공식 기자회견에서부터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는 게 중론이다. 제52회 대종상 영화제 측은 이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함께 하는 영화제인데 대리 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주기로 결정했다"라며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은 배우들에게는 상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시상식의 공정성과 권위를 한 번에 떨어트리는 발언이었다. 배우들의 참석을 유도해 화려한 축제를 만들겠다는 의도는 충분히 공감할 만했으나 '상'을 무기로 "오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는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이 문제였다. 오래된 시상식의 이 같은 결정은 '갑질'로까지 비화돼 비판을 받았다. 대종상 영화제의 목적이 한 해 영화계에 기여한 이들의 노고를 공정한 기준으로 치하하는 것이 아닌, 그저 스타들의 참석을 유도하는 데만 집중됐다는 점에서 역시나 '대충상'이라는 악명을 벗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 늦장 섭외.."2주 전 연락 와"
제52회 대종상의 또 다른 문제점은 섭외였다. 화려한 라인업을 꿈꾸면서도 실제, 배우들의 섭외를 위해서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평이다. 보통 시상식은 한 달에서 두 달 전부터 참석자들을 초대, 스케줄을 조율하는 편이다. 대종상 영화제 측의 연락을 받았다는 다수의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은 대종상 영화제 주최 측은 2주 전에서야 참석 여부를 묻는 연락을 했다고 알렸다.
한 관계자는 "2주 전에 연락이 왔었다. 2주라는 시간이 촉박한 것인지 아닌지는 배우들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백상이나 청룡에서는 보통 한 달 전에 연락이 오는 게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심지어 대종상 영화제 측이 해당 배우가 어떤 상의 후보로 올랐는지 알려주지도 않아 대종상 당일까지 해당 배우가 후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와 관련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어떤 상의 후보에 올랐는지에 대해서 들은 바가 없다. 올 수 있는지 없는지만을 물었다"고 전했다. 제대로 된 초대의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채 '올 것인지 안 올 것인지'만을 물어본 것. 일부 배우에게 '무례를 범했다'는 평가들과 일맥상통한다.
◆ 수상자 번복..이랬다가 저랬다가
상 자체의 공정성과 권위가 아닌, 참가자를 위주로 시상식을 꾸렸으니, 수상자가 번복되는 경우도 당연히 나왔다. 시상식 전에 먼저 발표가 되는 중국 배우의 수상과 관련한 이슈가 그랬다. 앞서 영화제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중화권 배우 고원원과 순홍레이가 해외부문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수상을 위해 영화제를 찾는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들은 아직 후보이며 수상 결과는 미정이다"라고 바뀐 입장을 표명했다. 또 그 다음날에는 다시 보도자료를 배포, 다시 "고원원과 순홍레이의 해외부문 남녀주연상 수상이 확정됐다"라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날 대종상 영화제는 시상식 전 배우 김혜자에게 '나눔화합상'이라는 상을 주겠다며 참석을 요청했다가, 배우에게 사전 연락도 없이 수상자를 바꿨다고 알려져 논란을 낳았다. 이에 대해 대종상 영화제 측은 "회의 중"이라며 별다른 답변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