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이 벼슬인가. 상을 주네 마네, 이 이상한 논리 때문에 배우들이 잔뜩 뿔났다.
제52회 대종상 시상식이 20일 오후 개최되는 가운데,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는 대종상 측의 입장과 수상 여부를 번복하는 등의 모습이 배우들을 뿔나게 만들었다. 급기야 남녀주연 후보에 오른 배우들 전원이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앞서 대종상 측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는 대리 수상 폐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민이 함께 하는 영화제인데 대리 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주기로 결정했다"라는 것이 대종상의 입장이었다.
스스로 '출석상'임을 시인한 대종상의 이와 같은 발언은 '대충상'이라는 조롱 어린 수식어까지 얻으며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한 해를 빛낸 배우들과 작품에 공정한 수상 결과를 내려야 하는 것이 시상식이지, 참석 여부가 이를 좌지우지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중론.
여론이 악화됐음에도 대리 수상 폐지 번복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던 대종상은 끝내 남녀주연상 후보 전원 불참이라는 아찔한 결과를 맛봐야 했다. 물론 '마치 짜기라도' 한 듯한 배우들의 전원 불참이 '보이콧'이라고 말하기까진 힘들지만, 어찌됐건 대종상 측은 대리 수상 폐지, 그리고 심지어는 2주 전 섭외를 시도하는 촉박한 섭외까지 더해지며 배우들을 뿔나게 했다.
대개의 시상식은 최소 한달 전에는 배우들에게 참석 가능 여부를 묻는 것이 기본. 후보에 오른 배우가 출연 작품이 있는 경우에는 미리 그쪽에 양해를 구할 시간이 필요하며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배우들은 늘상 스케줄과 함께하는 삶이라 최소 한달 여의 시간은 필요하다. 때문에 대부분의 시상식 주최 측은 시상식 날짜 한달 전부터 배우들 섭외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올해 대종상 측은 시상식 2주 전, 혹은 일주일 전에 섭외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우들의 스케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와라" 섭외를 진행한 것. 다른 작품에 출연 중이거나, 촬영 중이던 배우들은 때문에 당연히 '불참'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뿐만 아니라 수상 번복 역시 배우들을 뿔나게 만들었다. 앞서 대종상 측은 중화권 배우 고원원과 순홍레이가 해외부문 남녀주연상 여우주연상 수상을 위해 영화제를 찾는다고 홍보했으나 그 다음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들은 아직 후보이며 수상 결과는 미정이다"라고 바뀐 입장을 표명했다. 또 그 다음날에는 다시 보도자료를 배포, 다시 "고원원과 순홍레이가 해외부문 남녀주연상 수상을 확정했다"라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시상식 전 배우 김혜자에게 '나눔화합상'이라는 상을 주겠다며 참석을 요청했다가, 배우에게 사전 연락도 없이 수상자를 바꿨다는 사실도 알려져 상을 놓고 배우들의 참석 여부를 저울질했던 대종상 측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 trio88@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