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현준과 한고은의 진행은 어색했고, 대리수상만 9번으로 시상식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았다. 축제라고 하기엔 쓸쓸했고, 분위기는 무거웠다.
'제52회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진행됐다. 이날 영화 '국제시장'은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시나리오상, 기획상,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10관왕을 기록했다. 배우 전지현이 여우주연상을, 이민호와 이유영이 각각 남녀신인배우상을 수상했다.
# "6년 전 뽀글머리로..."
이날 시상식에서 가장 먼저, 남자신인배우상을 수상한 이민호는 6년 전 같은 장소에서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받은 신인상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민호는 "감사하다. 내가 벌써 6년 전에 KBS홀에서 '꽃보다남자'로 뽀글머리를 하고 신인상을 받았었다. 처음으로 영화를 시작하게 됐는데, 이번 작품 찍으면서 과분한 사랑 받은 것 같다. 유하 감독님과 영화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분들, 선배님들, 배우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라며 "영화인들의 한국 영화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앞으로 열심히 해서 한국영화에 더 많은 도움이 되도록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신현준, MC야 대리수상자야?
신현준은 이날 MC로 진행석에 서 있었지만, 대리수상하느라 바빴다. 영화 '상의원' 채경선, 조상경 감독이 각각 미술상과 의상상을 수상했는데 자리에 참석하지 못해 신현준이 대신 나갔던 것. 그는 연이은 대리수상에 "이럴 줄 알았으면 '상의원'에 출연했었야 했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신현준과 한고은은 논란의 나눔화합상 시상자 불참으로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그들은 이번 수상에 대해 "시상자 불참으로 넘어가도록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최근 일어난 프랑스 테러에 대해 언급하며 "프랑스 국민 여러분 힘내시기 바랍니다"라고 응원하기도 했다.
# 이레-김영애, 액션배우를 꿈꾸다
액션배우를 꿈꾸는 아역배우 이레도 눈길을 끌었다. 유해진과 함께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이레는 "하지원 언니나 전지현 언니 같은 액션을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여우조연상 시상자이자 후보였던 김영애도 액션 연기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김영애는 "모든 연기자들이 마찬가지일 거다. 나에게 보지 못했던 모습을 누군가가 끄집어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액션을 한 번도 못해봤다. 은퇴한 할머니 첩보원 역할을 하면 어떨까요?"라고 밝혔다.
# "손때 묻지 않게.."
'국제시장'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황정민도 촬영 일정으로 시상식에 불참했다. 대리수상에 나선 강하늘의 소감은 황정민의 '밥상' 소감만큼 인상적이었다.
황정민의 트로피를 대신 받아든 강하늘은 "죄송하다. 알고 있다. 이게 감히 들어볼 수 없는 상이고, 감히 만져 볼 수 없는 상이란 걸 잘 알고 있다. 황 선배가 촬영을 열심히 하고 계셔서 혹시나 이름이 호명되면 나가서 대신 받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는데, 이 상은 제 손때가 묻지 않게 잘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 '국제시장' 윤제균, 10관왕의 힘.."아버지를 위해 만든 영화"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은 기획상과 시나리오상, 최우수작품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세 번 무대에 올랐다. 특히 "아버지를 위해 만든 영화"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기획상을 수상한 윤제균 감독은 "기획 계기는 한국의 현대사를 훑겠다는 거시적인 큰 목표로 시작한 영화가 아니다. '국제시장'은 어릴 때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가 평생을 가족과 자식을 위해 일만 하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언젠가 아버지를 생각하고 만들고 싶었던 영화다"라며 "'국제시장'이 이렇게 사랑을 받을 줄 몰랐고, 상을 받을 줄도 몰랐다. '국제시장'은 나에게 큰 행복과 감동을 준 영화다. '국제시장'을 사랑해준 관객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감독상을 받은 후, 윤제균 감독은 "이준익 감독님도 계시고, 임권택 감독님도 계시다. 많은 분들 앞에서 이런 상을 받아도 될지 모를 정도로 과분한 상이라고 생각한다. 연출을 잘해서 이 상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영화를 같이 해준 황정민, 김윤진 씨 등 많은 배우들과 모든 스태프들의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감사드린다. 그분들의 노력에 대한 상이라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국제시장'의 최우수작품상 수상으로 세 번째 무대에 오른 윤제균 감독은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한 배우, 스태프들. 우리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해를 했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조금 더 화합의 중간다리 역할로 선배님과 후배님 사이에서 잘 해서 영화계 전체가 화합의 장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로 52회를 맞는 대종상 시상식은 시작 전부터 다양한 논란에 휩싸였다. 당초 주최 측은 "대리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주기로 결정했다"라는 무리한 방침을 내세우면서 '참가상' 논란에 휩싸였다. 또 시상식 2주 전에야 섭외에 들어가면서 후보에 오른 배우 및 감독들이 대거 불참 의사를 밝혔고, 수상자 번복으로 구설에 오르며 국내 3대 영화상의 권위를 떨어트렸다. /seon@osen.co.kr
[사진]민경훈, 박준형, 백승철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