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쓰러울 정도였다. MC를 맡아 진행석에 선 책임으로 시상식 내내 불편하게 자리를 지켜야했다. 그야말로 극한 직업이 따로 없었다.
배우 신현준과 한고은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진행된 '제52회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 진행을 맡았다. MC를 맡은 신현준이지만 그는 이날 가장 바빴다. 시상식을 진행해야 했고, 대리수상에도 나서야했으며, 영화인들의 화합과 대중의 양해를 바라며 마지막 인사도 전해야했다.
올해 52살을 맞은 대종상 시상식은 시작부터 당일까지 끝없이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인들의 노고를 기리고 축하해주는 자리인데 사전 준비가 미흡한 탓에 후보에 오른 많은 영화배우와 스태프들이 시상식에 불참했다. 당연히 대리수상으로 이어졌고, MC인 신현준과 한고은은 계속해서 양해를 부탁해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MC들이 더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신현준은 미술상과 의상상 수상자의 불참으로 연이어 대리수상에 나서며, "이럴 줄 알았으면 '상의원'에 출연했어야 하는데"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런가 하면 시상식 전 수상자 번복으로 논란이 됐던, 나눔화합상 시상에 대해서는 "넘어가겠다"라는 말로 설명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두 MC는 시상식 내내 불안한 모습이었다.
신현준은 5년 연속 대종상 MC를 맡을 정도로 깊은 인연이다. 특히 KBS 2TV 연예정보프로그램 '연예가중계'의 MC를 맡고 있는 그는 입담이 좋기로도 유명하다. 이날 시상식에서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지만 오히려 더 안쓰럽기만 했다. 한고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땀을 뻘뻘 흘리며 시상식 분위기를 살리려고 하는 모습이 더 안타까웠다. 이런 신현준과 한고은의 모습에 네티즌과 시청자들은 '극한 직업'이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할 정도였다. 미흡했던 시상식 준비로 인해 그만큼 MC들이 더 고생을 했던 것.
결국 신현준은 시상식을 마무리하면서 "국내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영화제인 만큼 영화인들이 소중히 지켜나가길 바란다"라고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영화인, 그리고 대종상과 오랜 인연이 있는 그로서는 이번 사태가 안타까웠을 수밖에 없었던 것. 이쯤 되면 시상식이 아닌 극한 직업 체험을 끝낸 신현준, 내년 대종상에서도 MC석에 선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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