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의 남편 찾기에 쏠렸던 이야기의 초점이 어느덧 가족에게로 옮겨갔다. 자극적인 소재도 하나 없이, 있는 그대로 우리네 모습을 화면에 담았지만, 그 자체 만으로도 충분히 모두를 감동케 했다.
20일 오후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이하 '응팔') 5회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엄마'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엄마'들이 시청자의 심금을 제대로 울렸다.
이일화(이일화 분)는 시위에 가담한 혐의로 딸 보라(류혜영 분)를 잡으러 온 경찰들에게 오열하며 매달렸다. 어릴 적 시절까지 하나하나 열거하며, 빗속에서 자신의 다친 발가락은 느끼지도 못한 채 경찰들을 막아섰다.
자신을 '남편 잡아먹은 년'이라며 멸시하는 시어머니에게 강하게 대들었던 선영(선영 분)도 친정 어머니에겐 여전히 철없는 어린 딸이었다. 엄마의 방문 소식에 분주했던 일이 끝나고, 어머니가 남겨둔 감동의 편지에 결국 소리없이 흐느낀다.
라미란(라미란 분)은 고향집에 가느라 집을 비운 사이에 예상외로 모든 것을 척척 해낸 가족에 서운했다. 이를 눈치챈 정환(류준열)은 일부러 사고를 내며, 엄마를 불러댔고, 이에 라미란의 얼굴에는 비로소 미소가 번졌다.
여기에 더해진 이미연(2015년의 덕선)의 내레이션은 슬픔을 배가시켰다. "엄마가 부끄러운 때가 있었다. 최소한의 체면도 자존심도 없는지 화가 날 때가 있었다. 자기 자신보다 소중하고, 지키고 싶은 게 있어서인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자존심을 부릴때가 아닌, 자존심마저 던져버릴 때다. 그래서 엄마는 힘이 세다. 신이 모든 것을 할 수 없어서 엄마를 만들었다고 한다. 나의 수호신이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가슴에 있는 이름이다. 엄마는 여전히 힘이 세다."
엄마를 위로하고 기쁘게 하고 싶은 이들에게 건넨 마지막 한 마디. "'엄마가 필요해요' 한 마디면 충분하다"고
가슴 절절한 엄마 이야기와 함께 남편 찾기의 진도도 한 발 더 나아갔다. 친구 덕선(혜리 분)을 향한 마음이 자꾸만 커져가는 정환(류준열 분)의 모습이 바로 그것. 먼저 정환은 선우(고경표 분)가 다리가 다쳐 병문안을 가서도, "먼저 가라"는 덕선의 말에 "나 가면 둘이서 뭐하려고 그러느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어 동룡(이동휘 분)과 방에 단둘이 있는 덕선을 보고서도 "둘이서 뭐했느냐"며 도끼눈을 했다. 또 독서실을 가서 밤 12시까지 들어오지 않는 덕선을 걱정하며 잠들지 못했다. 이후 잠들었다가 독서실에서 뒤늦게 돌아온 덕선이 귀가하는 소리에 방의 불을 껐다.
뿐만 아니다. 이미연이 출연했던 초콜릿 광고를 덕선을 상대로 꿈꾸는 모습까지 그려졌다. 이렇듯 덕선에게 푹 빠져있는 모드에 돌입한 정환의 서툰 짝사랑의 모습은 이날 시청자의 눈길을 확 사로잡았다.
그런 정환의 마음은 방송 말미 전해졌다. 정환은 새벽 2시까지 들어오지 않던 덕선을 기다리다가, 결국 비까지 내리자 덕선을 마중나간 것. 뛰어오던 덕선에게 정환은 우산을 건네며 "일찍 일찍 다녀"라고 말을 건넸다.
여기에 또 하나. 류준열이 고경표가 혜리를 좋아한다고 확신하는 모습이 그려졌고, 이로 인해 두 사람 사이가 서먹서먹해지는 예고편도 등장했다. 냉랭해진 두 사람, 그리고 혜리까지 총 세 사람이 그려나갈 삼각 러브라인과 2015년 현재 덕선(이미연 분)의 남편 찾기 역시 궁금증을 더했던 회차였다. / gato@osen.co.kr
[사진] '응팔'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