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대(리)종상의 흑역사[대종상 다시보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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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대(리)종상의 흑역사[대종상 다시보기③]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11.21 06: 56

흑역사를 남겼다. MC들은 돌발 상황에 진땀을 뺐고, 배우들은 민망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지만, TV 화면을 통해 전달되는 현장의 당황스러움은 생각보다 컸다. MC 신현준은 시상자로, 대리수상자로 동분서주했고, 일부 시상자들은 파트너 없이 홀로 시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가운데서도 공감할만한 수상자(작)들이 나왔지만, 시작도 전에 불거진 논란이 수상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지난 20일 오후 KBS 2TV를 통해 생중계된 제52회 대종상 영화제에서는 많은 수상자들이 참석을 하지 못해 대리수상이 남발됐다.

이날 대종상 시상식에서는 초반부터 대리수상이 계속되며 당황스러운 상황을 만들었다. '뷰티 인사이드' 백감독의 신인감독상을 대리수상하게 된 '스물'의 이병헌 감독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함께)노미네이트 된 이병헌이다. 나에게 이런 짓을 시켰다. 일면식 없지만 백감독님께 전달하겠다. 영화 정말 잘 봤다. 백감독님"이라고 뼈 있는 소감을 전했다.

신인감독상은 시작일 뿐이었다. 대리수상이 끝도없이 이어졌다. 의상상, 미술상, 인기상, 공로상 등은 물론이고, 시상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남녀조연상, 남녀주연상 등도 대리수상의 연발이었다. MC인 신현준은 '상의원'의 미술상과 의상상을 대리수상하며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상의원'에 출연할 걸 그랬다"고 말하거나 여우주연상의 시상자로 손예진의 옆에 갑작스럽게 나가게 된 후 "오늘 정말 바쁘다"고 소감을 전하며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시상식에 앞서 배우 김혜자가 수상을 하기로 했으나 주최측이 취소 통보를 했다고 알려진 나눔화합상은 아예 수상 자체가 순서에서 빠지며 불발됐다. MC 한고은은 "(수상자가)불참해서 넘어가겠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수상을 하는 수상자도 민망할 수밖에 없었다.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윤제균 감독은 "부득이하게 참석 못한 배우와 스태프들도 우리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해를 했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조금 더 화합의 중간다리 역할로 선배님과 후배님 사이에서 잘 해서 영화계 전체가 화합의 장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이날의 사태를 의식한 듯한 소감을 알리기도 했다.

MC 신현준 역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인 만큼 영화인들이 소중히 지켜나가길 바란다"고 끝인사를 전했다. 대리수상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MC였기에 그 말의 의미가 남다르게 들렸다.

이번 대종상 영화제는 시상식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수상 후보 명단에 오른 후보자 전원이 스케줄을 이유로 불참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대종상 영화제 측은 지난달 1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리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주기로 결정했다"며 참석하지 않은 배우들에게 상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시상식의 공정성과 권위를 떨어트리는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대종상 영화제 측은 2주 전에 배우들의 섭외에 나섰다고 알려지며 스케줄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한 배우들의 속사정이 공개되기도 했다. 여러모로 반세기, 대한민국 가장 오래된 영화 시상식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이 남게 됐다.

한편 제52회 대종상 영화제는 지난 20일 오후 7시 20분부터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진행됐으며 시상식 사회는 배우 한고은과 신현준이 맡았다. '국제시장'이 최우수작품상, 감독상(윤제균), 시나리오상(박수진), 기획상(윤제균), 남우주연상(황정민), 남우조연상(오달수), 촬영상(최영환), 편집상, 녹음상(이승철, 한명환), 첨단기술상까지 10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10관왕에 올랐다.

◇ 제52회 대종상 영화제 수상자(작)

녹음상 : '국제시장' 이승철

첨단기술상 : '국제시장' CG팀

미술상 : '상의원' 채경선

의상상 : '상의원' 조상경

음악상 :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의 김준성

조명상 :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김민재

편집상 : '국제시장' 이진 감독

촬영상 : '국제시장' 최영환

공로상 : 정창화 감독, 윤일봉

해외부문상 : 쑨홍레이, 고원원

인기상 : 공효진, 김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