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정재영 "언제 이렇게 소리 질러보나 싶었죠" [인터뷰]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5.11.21 09: 34

 거친 투수.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의 정기훈 감독은 열정의 밤 쇼케이스에서 배우 정재영에 대해 이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연기하는 그의 모습을 빗댄 말이었다. 정감독은 “현장에서 정재영은 대사와 상황을 막 던진다. 대신 굉장히 좋은 강속구도 있었고 폭투도 있었다”고 말했지만, 그런 것이 또 야구를 보는 재미가 아니겠나.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는 취직만 하면 끝날 줄 알았던 사회 초년생이 전쟁터 같은 사회 생활에서 살아 남기 위한 극한 분투를 그린 공감코미디. 그는 이 영화에서 일의 능률을 위해선 백 마디 칭찬보다 한마디의 욕이 낫다는 신념을 지닌 인간 탈곡기 연예부 부장 하재관을 연기했다.
하재관이 모든 것이 서툰 수습기자 도라희(박보영 분)에게 영화 내내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영화에서 가장 큰 웃음 포인트가 됐다. 목이 상할까 걱정될 정도였는데 오히려 그는 스트레스를 해소해서 좋았다며 어쩐지 후련한 표정이었다.

그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스트레스가 해소됐다. 언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리를 질러보겠냐. 어디서도 못하는 거다. 배우들은 극 중 역할에 따라서 이런 재미도 있다. 물론 듣는 사람들은 시끄러웠겠다. 제가 목소리가 보통 사람보다 좀 크다”며 웃음 지었다.
특히 얼마나 시달렸으면 도라희의 꿈에도 소리 지르는 하재관이 등장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얼굴은 하재관인데 목소리는 개가 짖는 소리다. 이와 관련해 그는 “개로 변했다”며 “사실 아예 개로 변하게 CG를 생각했었는데 안 변해도 충분히 개처럼 느껴지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배우 스스로가 꼽은 가장 웃긴 장면은 도라희가 사수 선우(배성우 분)에게 혼나는 신이다. 그는 “제가 라희한테 뭐라고 한 다음에 선우가 데려가서 또 뭐라고 하는 그 상황이 웃기더라. 군대 생각이 확 났다. 군대에서 똑똑한 척 하던 신병이 예의 바르게 한 말인데 병장한테는 말대구로 느껴져서 상병이 옥상 끌고 올라서 신병 교육시키는 그런 상황 말이다. 올라가서 또 조리 있게 말하는 게 아니라 ‘하지 마,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한다. 특히 라희에게 ‘그 표정도 하지마’라고 하는데 그게 너무 웃겼다”고 말하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못 했다.
이어 “영화라서 좀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여느 조직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지 않냐”며 “하재관도 기성세대의 상징 같은 느낌이다. 꼭 연예부 기자뿐 아니라 어떤 회사에서도 이런 애환은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관객들을 향해 폭넓은 공감 포인트를 전했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처럼 전개도 크게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하재관 캐릭터도 그래서 큰 변화는 없다. 그는 “최대한 하재관스럽게 생각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분위기가 반전돼도 하재관은 오버되지 않게 했다. 사실 갑자기 사람이 변하는 것도 진실성이 떨어지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박보영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 생활연기의 대가 정재영이지만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겸손했다. 그는 이번 영화의 만족도에 대해 “늘 항상 영화에 스스로 만족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저도 그렇고 감독님도 그렇고 저희의 역할은 끝났고, 이제는 판단이 관객들에게 넘어간 거다”고 말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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