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지현이 지난 13년 만에 영화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영화제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제52회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에서였다.
전지현은 지난 20일 오후 KBS 2TV를 통해 생중계된 제52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국제시장' 김윤진, '차이나타운' 김혜수, '미쓰와이프' 엄정화, '뷰티인사이드' 한효주 등을 제치고 영화 '암살'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전지현이 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으로 수상을 한 것은 지난 2002 '엽기적인 그녀'로 제39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후 처음이다. 무려 13년 만에 여우주연상을 얻은 것. 뿐만 아니라 '암살'의 수상은 이번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하나 뿐이었기에 개인적으로도 영화적으로도 그 의미가 더 크다.
'암살'은 2015년 여름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일제치하 독립군들의 이야기와 액션, 드라마 등이 조화된 이 작품에서 전지현은 1인 2역으로 독보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 안옥윤과 그의 쌍둥이 언니의 엇갈린 운명은 '암살'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소재였고, 관객들의 흥미를 높여주는 핵심 관전포인트였다.
다만 제52회 대종상 영화제가 초반부터 '참가상'이라는 오명을 쓰고 그 공정성에 의심을 받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앞서 대종상 측은 시상식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은 배우에게는 상을 주지 않겠다"라고 밝히며 스스로 상의 권위에 재를 뿌렸다. 더불어 이번 영화제는 주요 수상 후보자들에게 시상식 2주 전에가 돼서야 연락을 하며 섭외에도 실패, 많은 수상자들이 스케줄을 이유로 불참하며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대리수상자를 배출한 영화 시상식이 되기도 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상을 받는 입장에서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국제시장'으로 10관왕을 한 윤제균 감독은 급기야 "상을 받으면서 이렇게 부담이 되고 땀이 나기는 처음인 것 같다. 무대에 많이 올라와 죄송하다"며 사과를 할 정도. '국제시장'은 올 한 해 1400만명의 관객을 동원, '명량'에 이어 두 번째로 최다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주인공을 맡은 황정민, 김윤진의 연기나 보편적인 감성을 건드려 큰 감동을 만든 기획력, 연출력 등이 칭찬을 받았고 수상을 하기에 무리가 없었지만, 상 자체에 대한 관객들의 불신이 커 안타까움을 만들고 있다.
이는 전지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지현 역시 '암살'의 여주인공으로 독보적인 활약을 보였기에 수상자로서 자격이 충분했지만, 이번 시상식이 갖고 있는 얼룩으로 인해 마음껏 이 사실을 즐기기 어려울 것이다. 그로 인해 오는 26일 열릴 제36회 청룡영화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전지현은 '뷰티인사이드'의 한효주,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이정현, '차이나타운'의 김혜수, '무뢰한'의 전도연과 함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과연 그는 국내 3대 영화상 중 2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2관왕을 이뤄내며 여배우로서의 정점을 맞이할 수 있을까? 기대감을 모은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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