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영화 시상식 시즌이다. 쟁쟁한 배우들이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행복한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이어 2016년 시상식에는 또 어떤 배우들이 훌륭한 연기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할지 기대를 자아내기도 한다.
이 가운데 올해 11월 개봉작인 영화 '내부자들'은 2016년 시상식의 후보작에 오를 예정. 벌써부터 시상식 주최 측의 고민이 예상된다.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어 도대체 누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려야 한다는 말인가.
'내부자들'은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드라마. '미생' 윤태호 작가의 동명의 미완성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에서는 조승우가 연기한 우장훈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면서 안상구(이병헌 분), 이강희(백윤식 분)와 삼파전을 이룬다. 힘의 균형은 어느 쪽으로도 쏠리지 않고 팽팽하다.
이처럼 영화의 긴장감을 형성하는 건 세 캐릭터의 균형 잡힌 카리스마 덕분. 배우들 역시 누구 하나 기에서 밀리는 법 없이 자신의 역할을 해낸다. 이쯤 되면 전개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을 것 같은, 미친 연기력의 향연이다.
이병헌은 정치깡패 안상구 역을 맡아 연기변신에 시도했다. 무게감을 덜어내고 전라도 사투리, 긴 파마머리, 촌스러운 옷을 장착했다. 어딘가 덜 떨어진 백치미로 영화를 통틀어서 가장 재밌는 명대사를 만들어내는 등 영화를 본 관객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캐릭터다.
조승우는 족보 없는 검사 우장훈 역을 연기했다. 정의감에 불타는 것 같지만 성공을 향한 야망을 품고 있고, 이를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조승우의 존재감이 스파크가 튀는 건 그의 캐릭터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 속이지만 이병헌을 "깡패야"라고 부르며 쥐락펴락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냄과 동시에 연기 선배 앞에서도 눌리지 않는 기가 돋보였다.
가장 정적이지만 그래서 더 숨죽이게 되는 논설주간 이강희 역은 백윤식이 소화했다. 느린 말투와 포커페이스를 유지해 이강희가 등장하는 신에서는 더 집중하게 된다. 오히려 웃음을 보일 때 관객들을 더 긴장하게 만드는 배우는 몇 없을 것이다. 특히 언론인이라는 지성인의 입에서 나온, 웃음기 어린 "X됐다"는 대사는 짧지만 굵게 기억에 남는다.
한편 '내부자들'은 개봉(11월 19일) 이틀 만에 60만 관객을 돌파하며 개봉 첫 주에 100만 관객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내부자들'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