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이말년(본명 이병건, 32)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최종 시청률 1위를 했다. 정작 당사자는 이 방송을 왜 보냐고 어리둥절한 모습이었지만, 별다른 생각 없이 툭툭 던지는 생활 밀착형 농담은 피식 웃음이 났고 묘하게 중독성이 있었다.
지난 21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은 웹툰 작가 이말년이 최종 시청률 1위를 하면서 15번째 생방송이 끝났다. 이말년은 인터넷에 만화를 그리는 웹툰 작가. 무심한 듯 뼈있는 농담이 있는 그림체로 이말년 시리즈를 만들었다.
그의 만화는 호불호가 엇갈리나, 한 번 빠지면 중독성이 강한 만화다. 그림체가 예쁘진 않지만 자유로움 속 묻어나는 해학이 많은 네티즌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시의적절한 주제를 평범하지 않게, 그리고 성의 없게 그린 듯하나 알고 보면 강한 내공이 있게 표현하고 있다. 어이 없어서 웃긴 만화의 대표 주자가 이말년의 웹툰이기도 하다.
이말년은 ‘마리텔’에서도 진지하지 않고, 뭔가 열심히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나 그렇다고 결코 가볍지 않게 방송을 꾸려갔다. 농담으로 대충 그린다고 하나, 명확한 주제의식과 강렬한 이야기, 한 번 보면 시선을 빼앗는 그림체는 생방송 중 네티즌과 소통하면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반전 시청률 1위를 한 후 “이걸 왜 보느냐?”라고 자신의 방송에 왜 관심을 갖는지 몰라 당황한 그였지만 이내 달라졌다. 그가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하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은 웹툰을 잘 보지 않는 일반 시청자들도 관심이 갔다.
태블릿을 이용해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고, 즉석에서 쓱싹쓱싹 작품을 만들어가는 이말년의 전문성은 분명히 신기한 광경이었기 때문. 여기에 투덜거리듯, 네티즌과 농담을 주고받는데 있어서 만화에서 느낄 수 있었던 냉소적인 듯 한 성격이 재미를 선사했다. 러블리즈와 서유리라는 미모의 여자를 엉망으로 그려놓고 이름을 이마에 박는 낙인을 하면 완성된다고 뻔뻔하게 나오는 것은 기존의 스타들과 다른 모습이었다. 전반전보다 후반전이 더 재밌었다고 말하면서 1위를 확신하는 당당한 자신감은 웃음을 유발했다.
무엇보다도 ‘마리텔’이 그림을 완성하는 것보다는 네티즌과 소통을 하며 대화를 해야 재밌다는 것을 전반전이 끝난 후 바로 알아차린 모습을 보면, 웹툰 작가의 놀라운 통찰력과 살아 숨쉬는 생동감이 여실히 느껴졌다. 그는 전반전보다 더 많은 말을 쏟아내며, 웹툰에서 드러나는 촌철살인으로 흥미를 유발하는데 성공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그림을 그리고, 네티즌과의 소통을 통해 더 재밌는 창작물을 만드는데 익숙한 이말년은 ‘마리텔’ 생방송까지 섭렵하며 방송 고수들과의 대결에서 웃었다. / jmpyo@osen.co.kr
[사진] ‘마리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