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딸 금사월’ 시청자들이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그동안 착하기만 했던 백진희가 박세영의 뻔뻔한 거짓말에 따귀를 때리며, 쌈닭으로 변신했다. 할 말 다하는 백진희의 각성이 안방극장을 속시원하게 만들었다.
백진희는 현재 MBC 주말드라마 ‘내딸 금사월’에서 주인공 금사월을 연기하는 중. 이 드라마가 강만후(손창민 분)와 오혜상(박세영 분)이 손잡고 펼치는 악행으로 금사월이 고통을 받고 있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 시청자들이 어지간히 답답했던 것이 사실.
그나마 금사월의 친 어머니인 신득예(전인화 분)가 만후와 혜상의 실체를 알고 복수를 하고 있고, 사월이와 강찬빈(윤현민 분)의 사랑이 달달하게 그려지며 인내심을 자극하는 악행의 강도가 덜 느껴지는 상쇄 작용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지난 21일 방송된 23회는 그동안 혜상이에게 당하기만 했던 사월이가 혜상이의 거짓말과 모략에 분노하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반환점을 앞두고 사월이가 드디어 혜상이와 대립각을 세우게 된 것.
혜상이에게 따귀를 맞은 사월이가 자신 역시 시원하게 한 대 때리는 것은 물론이고, 혜상이가 꾸민 모략에 쉽사리 넘어가지 않고 응수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동안의 사월이라면 맞고도 혜상이에게 이리 저리 휘둘려야 했다. 혜상이는 사월이를 찬빈이의 곁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거짓 약혼 발표를 했고, 이별을 종용했다. 허나 사월이는 물러서지 않았고, 당당하게 혜상이에게 맞서며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것을 보여줬다.
물론 예고에는 사월이와 찬빈이가 결국 혜상이의 거짓말 때문에 잠시 위기를 겪는 듯한 불안한 이야기가 펼쳐졌지만, 그동안의 사월이의 답답했던 행보에 비하면 23회의 일침과 대립은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백진희가 연기하는 사월이는 전형적인 ‘캔디형 인물’이다. 드라마의 갈등 요소인 만후와 혜상이가 날뛰면 날뛸수록 사월이의 고난은 계속되는데, 너무도 착한 인물로 그려진 까닭에 많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유발했던 것도 사실이다.
24회는 그동안 ‘고구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순응적인 인물이었던 사월이가 앞으로 혜상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성공적인 복수를 할 수 있는 힘을 갖췄다는 것을 엿보는 시발점이 됐다. 이 드라마에서 만후와 혜상이를 끈질기게 괴롭힐 수 있는 득예가 큰 사랑을 받는 것으로 봤을 때 사월이 역시 두 사람과 대립을 하면 할수록, 조금은 독하지만 속시원한 ‘쌈닭’으로 힘을 키우면 키울수록 더 큰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들은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보다는, 스스로 개척을 하며 고난을 해쳐가는 진취적인 ‘쌈닭’을 원하는 모습이다. 다행히 백진희가 이날 보여준 통쾌한 ‘샤우팅’과 찰싹 맛깔스럽게 표현된 따귀는 묵혀둔 고구마 100개를 뛰어넘는 시원한 사이다 한 잔과도 같았다.
한편 백진희는 ‘내딸 금사월’에서 밝고 긍정적인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 전인화와는 가슴 찡한 모녀 연기로, 윤현민과는 달달한 로맨스 연기로 이야기 전개상 빛을 보지 못하는 순간에도 여주인공의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데뷔 후 전매특허였던 캔디 캐릭터는 물론이고, ‘기황후’에서 성공적인 악역 연기 변신으로 풍부한 캐릭터 소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건강하고 선한 분위기와 몰입도 높은 연기력으로 드라마의 인기 고공행진에 힘을 보태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내딸 금사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