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해고 위기로 몰아넣은 사람이다. 어쩌면 그 대신 자신이 먼저 푸르미마트 일동점을 떠났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송곳' 예성은 달랐다. 나쁜 사람이지만 더 나쁜 회사로부터 버림받은 조재룡을 감싸는 대인배의 면모를 보였다.
지난 21일 오후 방송된 JTBC 주말드라마 '송곳'(극본 이남규 김수진, 연출 김석윤)에서는 푸르미마트 수산파트 주임 황준철(예성 분)이 자신에게 협력업체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를 뒤집어씌운 허과장(조재룡 분)을 감싸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노조는 갑자기 반토막난 월급을 받기 위해 회사를 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 심판대에 올렸다. 구고신(안내상 분)의 기지로 노조가 승리했지만, 사측은 잔머리를 굴려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는 미지급된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감과 동시에 기간 역시 몇 달이 걸리게 된다. 노조원들에게는 당장의 월급이 곧 생계와 관련되기 때문에 시간을 끌수록 노조 활동을 하기 힘들어질 터. 사측은 이를 노린 것이다.
준철이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앞서 그는 협력업체 접대사건을 독박 쓰게 되면서 징계위원회에 갔고, 이를 계기로 노조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된 바 있다. 이날 방송에서는 주로 중년 여성들이 생활고로 노조활동과 현실 안주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다뤘지만, 방송 말미에서는 준철이 일하고 있는 수산파트에 새로운 과장이 부임하게 되면서 앞으로 수산파트의 고난을 예고했다. 그는 푸르미마트 일동점에 도착하자마자 준철을 비롯한 3인방 강민(현우 분), 동협(박시환 분)에게 시비를 걸고 연신 껄렁껄렁한 태도로 긴장감을 자아냈다.
원래 수산파트 과장 자리에는 허과장이 있었으나 준철의 징계위원회 건으로 인해 전출당했다. 표면상으로는 과장급은 원래 자주 이동이 있다고 했지만, 이면에는 노조를 막지 못한 책임을 그에게 물면서 사실상 좌천이었다. 허과장이 믿을 구석은 아이러니하게 일동점 노조였다. 동협은 거세게 반대했지만, 준철은 많은 고민 끝에 허과장을 노조원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강자에게 버림받은 이에게 손 내밀어주는 것은 결국 또 약자였다.
징계위원회에서의 해고 위기를 넘긴 준철이 이제 새로운 과장 밑에서 어떤 수난을 겪게 될지, 노조활동에 함께하게 된 허과장이 이들을 배신하지 않고 끝까지 협력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송곳'은 갑작스럽게 부당해고에 직면한 푸르미마트 직원들이 대한민국 사회 불의와 부조리에 맞서기 위해 똘똘 뭉치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매주 토, 일 오후 9시 40분 방송된다. / besodam@osen.co.kr
[사진] '송곳'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