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아비' 곽동연, 단막극으로 끝내기 아쉬운 명품연기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5.11.22 07: 03

 배우 곽동연의 연기력이 폭발했다. 어머니로부터 과도한 입시경쟁에 내던져진 나머지 최소한의 윤리나 사람과의 공감도 없는 사이코패스 남학생을 소름 끼치게 그려냈다. 환하게 웃고 있어도 섬뜩했다.
지난 21일 오후 방송된 KBS 2TV '드라마 스페셜 단막 2015 - 아비'(극본 유정희, 연출 김신일, 이하 '아비')에서는 입시대리모라는 독특한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날 방송에서는 입시대리모 지혜(신은정 분)가 입시 명문고 일강고에 재학 중인 자신의 둘째 아들 선우(곽동연 분)의 입학비리와 관련, 자신을 협박하던 태만(최준용 분)을 우발적으로 살해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선우는 자신과 지혜의 미래를 위해 은폐를 시도했다. 

선우는 의미심장한 대사들을 자주 뱉었다. 지혜를 대신해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자신의 딸 유경(고보결 분)의 뒷바라지를 요구했던 기철(김규철 분)에 대해 "그 아저씨 말 한 마디에 우리의 생사가 달린 게 마음에 안 든다"며 마치 이 사태를 게임처럼 묘사한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모습에 두려워하는 지혜에게 “감정 조절 하나 못해 사람까지 죽인 엄마를 어떻게 믿냐. 엄마 우린 같은 편이다. 목적이 같은데 왜 싸워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감정이 결여된 모습, 목적지향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곽동연은 이때마다 '같은 편'인 지혜에게 웃으며 그를 달랬는데, 교복을 입고 환하게 웃었음에도 불구하고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드라마의 긴장감이 곽동연의 표정 하나하나에 이끌려갈 정도.
특히 곽동연의 연기력이 폭발한 장면은 유경과 대치할 때였다. 선우는 지혜의 살해 증거가 되는 구두를 찾기 위해 유경의 집에 몰래 숨어들었는데 유경에게 들키고 말았다. 하지만 선우는 당당했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던 기철이 유경을 위해 대신 감옥에 들어간 사실을 알려주며 "이제 주도권이 너에게로 넘어갔다"며 지혜의 구두를 줬다.
아버지와 자신의 앞날을 고민하는 유경의 모습에 즐거워했고, 이 사실을 지혜에게 자랑하듯 떠벌리기까지 했다. 상대방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이 놀랍도록 섬뜩했다. 한 편으로 끝나기엔 너무나도 아쉬운 소재와 곽동연의 열연이 돋보인 명품 단막극의 탄생이었다.
한편 '아비'는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어머니 지혜와 이를 은폐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아들 선우의 이야기. 입시 경쟁에 맹목적으로 달려들었던 지혜 밑에서 더 무서운 괴물로 자란 선우의 모습으로 목적지향적인 세상에 경종을 울린다. / besodam@osen.co.kr
[사진] '아비'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