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위기도 뛰어넘게 만드는 운명적인 사랑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젠 서로 바라만 봐도 애틋한 두 사람, 지진희와 김현주는 여전히 믿고 보는 명품 연기로 극적 재미를 한층 더 상승시켰다. 그리고 이는 연이은 결방, 혹은 지연 방송 때문에 뿔난 시청자들의 마음을 다독이기에 충분했다.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는 기억을 잃고 쌍둥이 동생인 독고용기(김현주 분)로 살아가고 있던 도해강(김현주 분)이 전남편 최진언(지진희 분)을 다시 만나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 초반 불륜 드라마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던 ‘애인있어요’는 여타의 주말극과는 달리 촘촘한 극 전개와 각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 흡인력 높은 영상, 배우들의 호연 등으로 본래 보기 드문 ‘명품 드라마’는 평가를 얻고 있다.
특히 1인 3역도 완벽하게 소화하는 김현주의 놀라운 연기력과 지진희의 여심을 뒤흔드는 감정 연기는 매주 ‘애인있어요’를 기다리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김현주와 지진희가 함께 보여주는 멜로 연기 때문에 밤에 잠이 들지 않을 정도로 설렌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 시청률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SBS가 지난 8일부터 2015 프리미어12를 독점 중계 하면서 ‘애인있어요’는 자주 결방 위기에 놓였다. 실제로 8일과 15일 결방이 됐고, 14일과 21일엔 본 방송 시간보다 한 시간 가량 늦은 오후 11시쯤 지연 방송이 됐다. ‘애인있어요’를 손꼽아 기다려왔던 시청자들은 야구 경기가 끝날 때까지 제대로 된 공지 하나 하지 않은 SBS에 불같이 화를 냈고, 해당 게시판은 항의 글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애청자들이 워낙 많은 드라마인지라 SBS 측에서는 어떻게든 ‘애인있어요’를 제 시간에 방송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야구 특성상 경기 시간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들어 늘 애를 먹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난 21일 한국 야구 대표팀이 미국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단 사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방송이 된 ‘애인있어요’ 23회 역시 지진희와 김현주를 중심으로 한 애틋한 스토리로 결방 혹은 지연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분노를 잠재웠다.
물론 해강이 사망 선고를 받은 상황에서 진언의 울부짖음을 듣고 다시 깨어난다는 설정은 다소 당황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지진희와 김현주는 남다른 연기력으로 이마저도 용납시켰다. 또 순간순간 떠오르는 기억 때문에 괴로워하는 해강과 이런 해강을 사이에 두고 눈물 짖는 두 남자 진언, 백석(이규한 분)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절절해 코끝을 시리게 만들었다.
결국 해강은 백석에게 진언을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했고, 이후 진언은 백석의 배려로 해강의 옆에서 간호를 하게 됐다. 아직은 진언이 어색하기만 한 해강은 “그만 가라”고 했지만, 진언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리고 진언은 늦은 밤 해강에게 아내와의 첫 만남 당시의 상황을 전하며 “전부 다 좋았다. 아내만 보였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왜 헤어졌냐. 사랑이 식었냐”는 해강의 질문에 “사랑에 지쳐서”라며 또 하나의 명대사를 만들어냈다. 처음 만나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해강을 사랑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고 말하던 진언이 왜 해강에게 등을 돌렸는지, 그 진심을 알 수 있게 하는 한 마디였다.
이날 방송 말미 공개된 예고편 내용처럼 해강은 진짜 자신의 정체, 또 쌍둥이 동생의 존재를 알게 될 전망이다. 서서히 기억을 되찾아가는 해강이 진실을 마주했을 때 어떤 파란이 일어나게 될지, 향후 지금보다 더욱 더 휘몰아칠 폭풍 전개에 관심이 집중된다. /parkjy@osen.co.kr
[사진] ‘애인있어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