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부탁해요 엄마' 엄마가 딸에게 바라는 오직 한 가지
OSEN 박꽃님 기자
발행 2015.11.22 07: 00

엄마가 딸에게 바라는 건 오직 하나, 자신처럼 살지 않는 것이었다. 틈만 나면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며 가슴에 대못을 박던 때가 차라리 나았다. 혹독한 시집살이의 늪에 자진해서 들어가려 하는 딸을 보는 엄마의 마음은 안타까움으로 가득 찼고, 아무리 반대해도 말릴 수 없단 사실에 엄마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 21일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극본 윤경아, 연출 이건준)에서는 훈재(이상우 분)와 진애(유진 분)의 결혼을 반대하는 산옥(고두심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훈재는 온 식구가 모인 아침 식사 자리에서 진애와의 결혼을 공식발표했다. 형규(오민석 분)를 비롯한 가족들의 축하 인사가 이어지는 훈훈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건 산옥이었다. 그는 진애에게 모진 말을 내뱉으며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했던 영선(김미숙 분)의 모습을 상기시키며 “그러고도 결혼이 하고 싶은 거냐”라고 물었다. 진애에게도 영선의 존재는 풀어야할 숙제였다. 그러나 앞으로 펼쳐질 시집살이보다 훈재와의 사랑이 우선이었고, 훈재 역시 진애네 가족의 응원에 힘입어 영선의 마음을 움직일 생각이었다. 불 보듯 뻔한 고생길에 뛰어 들 딸의 모습에 산옥은 두 사람의 진심을 알지만 이대로 물러나지 않았고, 영선의 승낙이 떨어진 후에 이들의 결혼에 대한 찬성 여부를 결정짓겠다며 딱 잘라 말했다.

이런 산옥에게 진애는 서운함을 토로했다. 동출(김갑수 분)과의 결혼 당시 할머니의 심한 반대에 부딪혔던 산옥이었기에 진애는 누구보다 엄마가 자신의 심정을 이해하고 제 편을 들어주길 바랐다. 물론 산옥이 딸의 그런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꽃같이, 옥같이 길러놓은 제 딸이 자신과 같은 고생길을 걷는다는데 어느 부모가 이를 잠자코 두고만 보고 있을까. 게다가 산옥은 따뜻한 속정과는 달리 늘 마주하면 언성이 높아지고 짜증 섞인 말을 건넸던 진애에게 가슴 속 깊이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못다 준 사랑 시어머니에게라도 듬뿍 받는 자리에 보내고 싶은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은 진애를 보며 산옥은 눈물을 흘렸다.
이런 엄마의 모습에 진애는 오히려 그를 위로하고 나섰다. 홀로 아들을 기르며 유난히 커진 애착 탓에 잠시 자신을 반대하는 것일 거라며 진애는 영선의 마음을 돌려놓고 사랑받고 살겠다며 자신 있게 말했다. 어느새 자신을 위로할 정도로 훌쩍 자라버린 딸의 모습이 산옥에겐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런 일이 자신 있다고 되는 줄 알아. 어미한테도 제대로 못 받은 걸 누구한테 제대로 받겠다고”라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고, 엄마가 자신을 미워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안다며 속 깊은 말을 하는 진애의 앞에서 산옥은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삼남매 중 진애는 산옥에게 있어 깨물면 화딱지부터 나는 손가락이었다. 유독 부딪히는 일이 많고 앙숙처럼 싸움을 반복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딸이 고생하며 살길 바라는 건 아니었다. 고약한 시어머니 밑에서 혹독한 시집살이를 했던 것만큼은 자신의 대에서 끊어내길 바랐건만, 뜻대로 되지 않는 자식 탓에 엄마의 마음은 오늘도 그렇게 타들어만 갔다.
한편 '부탁해요, 엄마'는 세상에 다시없는 앙숙 모녀를 통해 징글징글하면서도 짠한 모녀간 애증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 nim0821@osen.co.kr
[사진] ‘부탁해요, 엄마’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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