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나믹 듀오가 씁쓸한 힙합 시장에 ‘꿀잼’을 발라버렸다. 디스와 욕설, 각종 논란으로 소란스러운 힙합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 넣고 있는 중. 듣기 좋은 비트와 특유의 센스로 만들어내는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가사, 이를 통한 일상의 공감이 인상적이다.
이들은 힙합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며 점차 부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힙합에 대한 인식을 다시 돌려놓았다. 올해 15년차, 그간 힙합의 대중화에 앞장선 선배 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는 셈. 무게를 잡거나 선배 대접을 받으려는 움직임 없이 거침없이 망가지는 겸손함이 이들을 더욱 빛나게 하는 지점이다.
오랜 친구인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긍정 에너지도 꽤나 매력적. 많은 이들이 두 사람을 화제의 랩 서바이벌에서 보길 원했지만, 이들이 욕과 디스가 난무하는 전쟁터 같은 곳에 서 있는 모습은 잘 매치가 되질 않는다. 화합과 평화, 일상과 친근함을 담은 음악이 이들의 커다란 매력 중 하나이기 때문일 테다.
늘 그랬듯 힙합을 대중화하려는 노력들이 이번 앨범에도 담겼다. 최자와 개코는 15년간 활동해오면서 자신들이 가진 힙합적인 색깔을 유지하면서, 대중에 친근하게 다가가려 노력해왔다. 누구나 쉽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힙합을 타이틀로 내세우면서도 힙합 마니아들을 위한 곡들과 다소 거친 가사와 비트가 인상적인 곡들도 앨범에 함께 담았다. 지난 17일 정오를 기해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에 새 앨범 ‘그랜드 카니발(GRAND CARNIVAL)’에도 이 같은 노력들이 오롯이 담겼다.
이들이 써내려가는 가사에는 풍자와 해학, 유머와 센스가 존재해 더욱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의 유쾌한 콤비네이션과 코믹 연기는 덤. 힙합을 통해 보는 이들, 듣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누구나 고개 끄덕일 수 있을만한 일상의 비유와 은유로 유머러스한 가사로 만들고, 이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재미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독보적이다.
곡과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도 열풍이다. 꿀벌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 최자와 개코는 개그맨 뺨칠만한 코믹한 연기를 펼친다. 디테일한 표정 연기와 몸짓이 웃음을 자아내는 포인트. 두 사람이 빅뱅 멤버들로 변신하는 부분이 압권이다. 그들의 개성을 제대로 살린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하고 화면에 등장하는데, 표정 모사까지 완벽에 가깝게 재현해낸다. ‘꿀잼’ 콘셉트에 맞게 빅뱅을 ‘BEE BANG’으로 표현한 것이나, 클럽 이름을 ‘N BEE’로 표기한 점도 깨알 재미다.
앨범 발매와 함께 진행한 쇼케이스 현장에서 개코는 “어떤 분께서 저희 노래를 듣고는 ‘힙합이 어린 세대들의 음악인 줄 알았는데, 우리 세대도 들을 수 있는 음악임을 느꼈다’고 말씀해주셨다”며 “그 말에 정말 큰 용기를 얻게 됐다”고 밝혔다.
이것이 다이나믹 듀오가 지향하는 점. ‘힙합’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 힙합을 쉽게 접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오랜 기간 힙합뮤지션들은 물론 대중으로부터 실력과 능력을 인정받아온 두 사람이기에 이 같은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들이 이번 앨범으로 힙합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지켜보는 것도 상당한 ‘꿀잼’이 될 전망이다./joonaman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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