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가 방송 3주 만에 '응답하라 1994'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넘어설 조짐을 보이며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 5회 분이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전국 기준 10.15%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이 드라마는 케이블 드라마 최고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2049 타깃층을 공략하는 tvN은 코믹 가족극을 표방한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온 가족을 끌어안는 노스탤지어 정서로 안방극장을 무섭게 빨아들이고 있다.
'응답하라 1988' 신원호PD는 방송에 앞서 '응답하라 1988'의 '폭망'을 예상한 바 있지만 이는 완전히 빗나갔다. 신PD는 "우리는 엣지도 없고, 세련되지도 않은, 아주 촌스러운 드라마"라고 설명했는데 이 같은 설명은 그 자체로 시청자가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쌍문동 골목의 다섯 가족 모두를 주인공으로 세운 이 드라마는 훈훈한 그 시대의 감성을 아름답게 포장해 코믹과 로맨스를 적절히 섞어 매회 시선을 고정하게 한다.
이전 시리즈인 '응답하라 1997'은 1980년생인 성시원(정은지 분)을 중심으로 90년대 H.O.T 오빠들에 미쳐있던 여고생과 다섯 친구들의 감성복고를 건드렸고, '응답하라 1994'는 1975년생 성나정(고아라 분)을 통해 농구대잔치, 서태지와 아이들 등의 사회적 이슈를 담아내며 30대인 시청자들의 복고를 생생하게 그려낸 바 있다. 반면 '응답하라 1988'은 시계를 조금 더 과감하게 앞으로 돌려 1971년생 성덕선(혜리 분)을 통해 현재 40대 시청자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어 젊은 시청자의 공감대를 이전 시리즈만큼 끌어낼 수 있을 것인지 궁금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뚜껑을 연 '응답하라 1988'은 자료화면과 책에서나 접해봤을, 혹은 이 시대의 기억을 희미하게 지닌 2030 시청자에게도 뜨거운 반향을 끌어내고 있다. 이는 덕선과 정환(류준열 분), 택(박보검 분), 선우(고경표 분), 동룡(이동휘 분) 등 친구들의 남편찾기가 또 한 번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 주효한 가운데, 2030 시청자를 대변하는 진주(김설 분)의 캐릭터 또한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진주는 선영의 늦둥이 막내 딸로, 쌍문동 가족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6세 여아다. 선영이나 선우의 무릎 위에 앉아 귀여움을 뽐내는 진주는 부모들이 음주가무를 즐길 때 옆에서 엉덩이춤을 추거나, 쌍문동 아줌마들의 수다에서도 한자리 차지하고, 덕선이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현장의 유일한 증인으로서 그를 빤히 바라보는 모습으로 존재감을 발휘한다. 하지만 진주는 사건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말 없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이들과 함께 할 뿐이다.
이처럼 지금 현재 쌍문동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모를 진주의 맑은 눈은 사랑과 우정이라는 그들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형과 누나 사이에 자리한 우리의 희미한 기억을 대변하면서 '응답하라' 이전 시리즈에 열광했던 2030 세대가 이들의 이야기에 한 번 더 강력하게 몰입하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jykwon@osen.co.kr
[사진]'응답하라1988' 제공